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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둔곡동에 위치한 리베스트 본사에서 만난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 사진은 이상문 기자 |
대전시민들에게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리베스트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2번이나 혁신상을 받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런 리베스트의 가능성을 본 대전투자금융㈜은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본계정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대전투자금융㈜은 전국 최초 공공투자기관으로 지역의 기술창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초기 창업기업이나 딥테크 기업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대전시 유성구 둔곡동에 위치한 리베스트 본사에서 중도일보와 만난 김주성 대표는 대전 투자 1호 기업으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벤처투자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의 투자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1호 기업으로 대전 기술기반 생태계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전시민의 돈을 투자 받은 만큼 대전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와의 첫 만남을 인상 깊게 봤다. 이 시장은 민선 8기 대전시장 취임 후 2023년 CES를 찾았을 때 김 대표를 만났다. 당시 김 대표는 이 시장에게 "대전에 5만 평 정도의 큰 공장이 필요하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며, "대전의 셀트리온이 되겠다"고 얘기했다. 이때 이 시장은 젊은 CEO의 당찬 포부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전에 기술력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땅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당시 우리 회사도 공장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에서 대전에 터를 잡고 기업 가치를 키우겠다고 말씀 드리는건데 좋게 봐주셨다"고 기억했다.
대전세종연구원의 '기업의 지역 간 이동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대학이 밀집한 기술 창업의 최적지다. 그럼에도 취약한 기업 환경, 투자금 유치와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유망 기술을 가진 기업이 대전을 떠나는 '탈대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로 이탈한 기업 대다수는 기술기반 기업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가 중요한 기업 특성상 벤처캐피털 자원이 집중된 서울로 이전한다는 이유다. 대전시가 투자금융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높은 지가와 산업용지 부족 등으로 대전을 떠나기도 한다. 대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BCDQR(우주항공·바이오·반도체·국방·양자·로봇)'을 6대 핵심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11조 1000억원을 투입해 1765만㎡(535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22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대전에는 리베스트와 같은 유망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대전시에 있는 상장기업은 65곳, 시가총액은 64조원으로 비수도권 광역시 중 1위다. 올해 상장하려고 준비하는 기업도 조사해 보면 11~15개나 된다. 리베스트도 그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대전에서 투자 받은 것을 잘 마무리하면, 내년 하반기쯤 기술 특례 상장을 할 계획"이라면서 "기술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시장 창출 역량을 확대해서 상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베스트의 기술은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2016년 김 대표가 카이스트 박사 과정 중 창업한 리베스트는 웨어러블 및 메타버스 기기의 디자인을 혁신하는 이 플렉시블 배터리 기술로 CES 2020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또한, 화재 위험과 저온에서의 방전 이슈를 해결하는 난연성 및 부동성 배터리 기술로 CES 2023에서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북미, 한국, 유럽, 일본, 인도 등지의 글로벌 IT 기업 및 완성차 제조사와 오랜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에너지밀도를 혁신적으로 높이는 전고체 배터리 또한 소개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산업은 장치 산업으로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리베스트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차별화된 기술로 특수목적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면서 "저희 제품은 일반 배터리 시장에 비해 작은 시장이지만 국방, 의료, 우주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에 활용된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이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투자금융이 리베스트를 투자 1호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력 때문이다. 선정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리베스트 투자를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리베스트의 강점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디바이스의 문의와 요구에서 기술 개발이 출발한다. 배터리가 휘어지면 좋겠다고 해서 플렉시블 배터리를 만들었고, 고온과 진공 상태 등 극한 상황에 필요한 배터리가 필요해 난연성·부동성 배터리를 만들어냈다"면서 "어려운 미션을 해결해 오면서 현재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고, 이제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 시장 창출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목적 배터리 시장을 개척해 기가팩토리를 구축해 '셀트리온'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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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전시청 중회의실에서 이장우 대전시장<가운데>, 송원강 대전투자금융(주) 대표<맨 오른쪽>, 김주성 리베스트 대표<맨 왼쪽>가 참석한 가운데 대전투자금융(주)과 ㈜리베스트가 10억 원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은 대전시 |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산업 분야인 5G(5세대),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은 모두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첨단 전자산업의 근간이 배터리인 셈이다. 대전의 혁신 기업들이 리베스트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테스트배드 조성을 대전성장의 키로 꼽았다. 김 대표는 "대전에는 다양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지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배드가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예산도 확보되고 규제도 개혁된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대전을 찾고, 신기술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기술기반으로 일류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아직도 그리고 있다. 2016년 리베스트를 창업할 당시 카이스트에서 창업은 드믄 일이었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10여년이 지나보니 선배와 동기, 후배들을 보면 교수, 연구원, 대기업 직원 등이 많다. 당시 연구실 출신 중 창업자는 나 하나"라면서 "당시 중국의 알리바바(NYS:BABA) 창업자 마윈이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을 보면서 기술 개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동경을 하게 됐고,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전투자금융㈜의 첫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면서 "기술로 증명하고 실적으로 확신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전시에서 투자를 받은 만큼 지역에서 사랑받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업으로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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