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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고등·지방·회생법원 정문. 중도일보 DB. |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대전고법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2025두32673)
사건은 시내버스 기사들이 정년에 도달한 뒤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절차를 거쳐 일부를 촉탁직으로 채용해 왔지만 해당 근로자들은 재고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쟁점은 정년으로 근로관계가 일단 종료된 근로자에게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과 유사한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대전고법은 회사가 정년퇴직자 가운데 절반도 재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직자를 통상적으로 다시 채용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순히 재고용된 인원의 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퇴직자를 다시 채용해 왔는지 등 실제 재고용 관행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정년퇴직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의 내용과 재고용 경위 및 실제 운영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핵심은 단순한 재고용 비율이 아니라 노사 사이에 형성된 신뢰관계다.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해 왔는지,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재고용이 이뤄졌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년이 도달하면 기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원칙 자체를 뒤집은 것은 아니다. 정년 이후에도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자의 기존 행태 등으로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 그 기대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모든 재고용 거절이 곧바로 부당해고가 되는 것도 아닌데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건강상태, 업무수행 능력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를 들어 재고용하지 않았다면 거절이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기대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고용을 거절했다면 부당한 재고용 거절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고령 근로자의 정년 이후 고용이 촉탁직이나 기간제 형태로 이어지는 사업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회사 규정에 재고용 내용이 적혀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년퇴직자를 어떻게 다시 채용해 왔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도 회사의 재고용 관행과 근로자가 다시 채용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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