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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앤케이병원(S&K병원) 안영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
손가락은 겉으로 보이는 뼈와 관절 외에도 매우 정교한 구조로 되어 있어, 작은 힘만으로도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굴곡힘줄과 활차라는 조직이다. 굴곡힘줄은 손목에서 시작되어 손가락 끝까지 이어지며, 마치 줄처럼 움직여 손가락을 굽히는 힘을 전달한다. 활차는 이 굴곡힘줄이 뼈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눌러주는 섬유 띠 구조물로 우리의 손이 움직일 때, 힘줄이 제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조직들이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굴곡힘줄이 지나가는 활차 부위가 두꺼워지거나, 힘줄 자체에 염증 또는 결절이 생기면서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낚시바늘 모양으로 굳는 증상
주로 반복적인 손동작, 과도한 손의 사용, 또는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힘줄과 인대의 탄력이 감소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은 손가락이 걸리거나 꽉 조이면서 움직일 때 '딸깍'하거나 '꽉 끼는' 느낌이 난다고 표현하며, 손가락을 구부릴 때 갑작스럽게 통증이 심해지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인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유사한 증상이 특징이다. 많은 경우에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는 '조조 강직'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손가락이 완전히 구부러진 채 고정되고, 이때 고정된 상태에서 펴려고 하면 통증이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이차적으로 손가락 마디 관절의 강직이 발생하여 더 많은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활차'를 절개하는 제거술 필요
증상이 발생한 지 얼마되지 않은 환자들은 정확한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없는 손가락의 통증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고, 충분한 휴식 및 적절한 손목과 손가락의 스트레칭만으로도 호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오래된 환자들의 경우 손가락의 걸림 증상과 손가락 마디 관절의 통증 및 강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모두에게 수술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소염진통제를 통해서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만으로 호전이 되지 않을 때는 주사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다. 많은 경우 주사 치료로 증상이 대부분 호전이 된다.
하지만, 약물 치료나 주사 치료로도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손가락 힘줄을 감싼 인대 구조물인 '활차'를 절개하는 수술 (활차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1㎝ 정도의 작은 절개를 통해서 수술을 진행하기에 비교적 간단하며, 무엇보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수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이다.
방아쇠 수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염증이 심해지고 힘줄과 인대가 두꺼워지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필요하거나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손가락의 구조적 손상과 만성적인 손상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손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니, 치료를 위해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손 노동 후 10분 정도 휴식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을 고려하면, 누구나 방아쇠수지증후군의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시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손을 과도하게 많이 사용했다면 10분 정도는 휴식을 주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질병을 피하는 방법이다. 또한, 손을 따뜻하게 유지해 혈액순환 돕거나 동일한 손동작의 반복을 줄이고, 가능한 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것도 사소하지만 중요한 예방방법이다.
안영선 에스앤케이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최근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손가락 통증과 걸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일상 속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해서 방치하면 점차 손가락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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