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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 편집부장 |
최근 길거리에서 불시에 '비만 검문'을 시작한 나라가 있다. 인구 약 32%가 비만인 튀르키예. 보건당국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길거리와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 캠페인을 도입했다. 과체중으로 판정된 사람은 영양사와의 상담과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캠페인은 한시적이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모양이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성인의 약 6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듯, 살과의 전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에선 2008년부터 '비만금지법'을 시행중이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40세 이상 직장인의 복부 둘레를 매년 측정해 관리하는 법이다. 남성의 배 둘레가 85㎝, 여성은 90㎝가 넘으면 소속 기관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준 수치는 국제당뇨병연맹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 법은 개인 건강을 조직과 사회의 책임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다. 미국, 유럽 각국에서도 탄산음료나 고열량 가공식품에 '비만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 퇴치를 위해 공공의 목표가 된 다이어트. 그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Diata'에서 비롯됐다. '육체와 정신의 균형 잡힌 삶'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하나로 봤다. 근육질의 몸을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신체로 여겼으며, 그런 몸을 얻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체계적으로 몸을 가꿨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PT가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중세시대에는 몸에 붙은 지방을 탐욕과 죄악의 상징으로 여겼다. 금욕적인 삶과 종교적인 영향으로 귀족들 사이에서는 소식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으며, 일정기간 식사를 절제하는 단식도 유행했다. 여성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여 잘룩한 몸매를 만들었다. 소화불량, 갈비뼈 변형, 호흡곤란 등 심각한 부작용과 고통을 감내한 그야말로 피나는 아름다움 추구.
원푸드 다이어트,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 심지어 간절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도 다이어트'까지, 지난 70여 년간 무려 2만 6000여 가지의 다이어트 법이 생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몸에 붙은 불필요한 지방을 덜어내는 일, 어렵지만 건강한 신체, 만족도 높은 삶을 위해선 포기할 수 없는 일류의 숙명이 됐다.
벌써 6월, 새 마음, 새 각오로 시작한 365일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흐르는 세월만큼 몸에 군살이 붙듯, 감정에도 구석구석 군살이 들러붙는다. 진짜 다이어트가 필요한 곳은 어쩌면 '마음'일지도 모른다. 서운함, 억울함, 외로움…. 온갖 마이너스 감정들은 이유 없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를 키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이라기보다 켜켜이 쌓인 감정들의 심술 때문이 아닐까?
좋지 않은 감정은 오래 머물수록 상하고, 상한 감정은 일상을 버겁게 만든다. '이해받고 싶다', '내 뜻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마음 속에 똬리 튼 지방. 지금이다. 감정 다이어트가 필요한 때. 누군가 그랬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억누름이나 회피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그때 그때 소화하며 감정의 여백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햇살 좋은 오후, 아침에 마주쳤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더 단단해져 있다. 벌써 이글대는 태양과 비바람을 견뎌낼 채비를 했나보다. 저 나무들처럼 부지런히 몸에도 마음에도 더 단단한 근육을 키워야겠다. 황미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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