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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헌 변호사 |
낭만적이고 순수한 구애와 스토킹의 차이는 '상대방의 동의'와 '상대방 의사의 존중'여부에 달려 있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고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아름다운 감정이 아니라 스토킹 범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토킹은 어떤 원인이든 간에 상대방이 싫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표현하는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따라다니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통상의 범죄행위는 대부분 한 번의 행위로 범죄가 성립되지만 스토킹 범죄는 개별행위 자체만으로는 범죄로 보이지 않는 행위가 반복된다는 점과 그로 인한 막대한 정신적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범죄행위와 차이가 있다.
스토킹은 다양한 범죄와 연결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스토킹 행위자의 부정적 심리가 극한적으로 분출되어 피해자를 살해하는 살인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여배우 레베카 섀퍼가 자신의 집에서 스토커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있다. 3년간 편지를 보내고 촬영장에 난입하며 섀퍼를 따라다녔던 이 스토커는 섀퍼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스토킹은 사람의 신체활동자유나 장소선택 및 장소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한다. 스토커가 상대방을 체포, 감금, 학대하는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저리(Misery)'라는 영화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사례를 보면 데이트 상대에 의한 스토킹, 남편이나 가족에 의한 스토킹, 아는 사람에 의한 스토킹, 모르는 사람에 의한 스토킹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로써 스토킹은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심
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스토킹 행위가 살인, 체포, 감금 등 중범죄로 진행하기 전에 스토킹 행위 자체를 처벌할 필요성이 커져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4월 스토킹범죄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스토킹범죄 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주거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스토킹 피해를 입게 되면 곧바로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하여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받고, 법원의 잠정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설득으로 해결하려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토킹 범죄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처벌이 가능하지만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법원의 잠정조치를 어기면 이러한 요건 충족 여부에 상관없이 곧바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처벌받을 수 있는 스토킹이 아니라 낭만적 구애가 되기 위하여는 눈치와 역지사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 눈치로 상대방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빨리 알아차리고, 역지사지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여 구애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또 스토킹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는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고도 단호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이 선을 넘는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여 더 큰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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