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 "보듬고 가르치며 학생 성장 도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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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 "보듬고 가르치며 학생 성장 도와야죠"

1년차 맞은 세종 최초 위탁 공립대안학교
보통교과 뿐 아니라 다양한 창의체험 활동
매학기 지원자 넘쳐나 약 1.5 대 1 경쟁률
교사들 학생 심리·정서 케어하며 교육 매진

  • 승인 2025-06-22 12:32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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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앎과 쉼이 어우러지는 삶의 꿈터.' 2024년 세종교육청이 지역 최초로 설립한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인 세종늘벗학교의 교육 목표다. 올해로 개교 1년 차인 늘벗학교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인한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의 성장을 도우며 대안교육의 전국적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통교과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창의체험 활동을 통해 '치유하고 배워가는' 교육 방식은 매 학기 지원자가 넘쳐날 정도로 인기다.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는 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을 만나 공교육 유지를 위한 대안학교 교육과정과 학생지도 철학,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아래는 신주식 교장과 일문일답.

-세종늘벗학교에 대해 소개해달라.



▲세종늘벗학교는 2022년 3월 세종교육청이 최초로 설립한 공립 대안학교다. 대안학교는 학생의 학적은 재적교에 두고 해당 학교의 위탁을 받아 대안교육 과정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워 학업중단에 이르기도 한다. 늘벗학교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결국은 본인이 다니던 학교에 복귀해 적응하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원은 중학교 3개 학급 30명, 고등학교 3개 학급 30명 등 총 60명으로 현재 58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지역 최초의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에 부임한 소회는.

▲늘벗학교는 2022년 학교 형태가 아닌 안전체험 교육원 소속 부서로 문을 열었다. 학교라면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청 소속 행정기관에 파견 형식으로 교원을 배치해야 하는 법적인 한계가 분명했다. 게다가 파견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최대 2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어 개교 때부터 근무했던 교사들이 2024년 2월엔 원 학교로 복귀해야 했다. 2023년 3월 1일 부임한 저는 그간 교사들이 늘벗학교에서 쌓아왔던 교육 노하우와 열정을 잃을 수 있겠다싶어 6개월 가량 행정적 방안을 모색해 2023년 하반기 정식 학교로 전환할 수 있었다. 현재 교사는 14명, 행정직 2명, 전문상담사 3명, 사회복지사 2명 등 총 27명의 교직원들이 학생 교육과 학교 운영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세로
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이 대안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대안교육은 일반 교육과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학생들은 대안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원 학교로 복귀하기 때문에 보통교과 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목공과 바리스타, 노작 활동 등 대안교육 프로그램과 창의체험활동 과정도 운영하다 보니 보통교과 시수는 일반 학교의 25% 정도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엔 1인 1악기를 배우며 연말 발표회를 준비 중이다. 또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자격증 취득 등 꿈을 키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의 호응 또한 크다. 특색활동 중 '늘벗만남'은 학생들이 매일 아침 등교 후, 하교 전 둥글게 모여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일반 학교의 조례, 종례하고는 다른 풍경이다. 앞으로도 대안교육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관 간 좋은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뜻을 모아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다. 특히 자신만의 꿈을 키우고 싶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나 적성을 찾는 경우도 많다. 늘벗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을 받고 예고에 진학한다던가, 배웠던 영상 편집기술로 대입에 성공하기도 해 교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전국적으로도 공립형 대안학교의 네트워킹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직 소개와 제3대 회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말해달라.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제안해 2023년 7월 협의회 산하에 '전국 공립 대안교육 위탁기관·위탁형 대안학교 네트워크 협의회'가 출범했다. 전국 16개(기관 6개·학교 10곳)의 위탁교육 기관·학교 간 정보 공유도 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출범 당시 초대회장으로 활동했고 회원들의 지지로 이번에 다시 3대 회장직을 맡게 됐다. 공립 대안위탁 기관 간 네트워크가 생긴 이유는 정부 지원이나 정책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대안교육 시설은 수적으로도 적은 데다 눈에 띄지 않게 교육 활동을 하다 보니 홍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별도의 국가 예산 없이 100% 교육청 예산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라 민간 대안교육 기관들조차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그나마 세종지역은 교육청에서 행·재정적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데, 타 지역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대안학교 위탁교육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매년 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나.

▲최근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안교육 희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늘벗학교 연도별 위탁교육 신청자도 2023년 1학기 44명·2학기 74명, 2024년 1학기 56명·2학기 79명에 달한다. 특히 올 1학기엔 94명이 지원해 약 1.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학생 선발은 심층면담을 통해 시급한 신청자를 우선적으로 뽑는다. 교직원 면담팀이 학생·학부모와 1시간 동안 면담을 해 위기 정도를 파악하고 결정을 한다. 매 학기 단위로 신청을 받고 선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6년간 늘벗학교에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경우에 따라 여러 학기를 다니기도 해 현재 3년째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다. 되도록 많은 학생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너무 많은 인원을 수용하게 되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다. 이 부분에선 교육청도 고민이 많은데 대안학교 추가 설립이나 민간 위탁기관 확대 등 방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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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이 정문 앞에서 미소를 띄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세종교육청 소속 위(wee)센터와는 기능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늘벗학교는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위 프로젝트 중 위스쿨에 해당이 된다. 위스쿨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 학생들이 더 나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인데, 늘벗학교는 대안학교이면서 위스쿨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위센터는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 각 학교에서 의뢰한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진단-상담-치유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위 학교에서는 위클래스가 이런 역할을 맡는다. 특히 세종교육청은 늘벗학교 부설로 '가정형 위센터'도 설치 운영 중이다. 아동학대, 방임 등 가정적 위기 요인으로 학업중단과 생활이 곤란한 학생들을 위해 돌봄(숙박·식사), 교육, 상담을 제공하는 민간위탁 기관으로, 정원은 남녀 중·고교생 각 12명(총 24명)이다.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영향은 없는지.

▲고교학점제가 고1부터 본격 도입되며 사실상 학점 취득과 졸업이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위탁 교육기관인 늘벗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적용 예외가 되는 지침들을 교육청에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학교의 경우에는 과목별 출석과 성취도 평가를 받지만 저희 학교는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고교학점제에서 운영되는 과목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연계가 가능하다.

전경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늘벗학교 전경. /사진=이은지 기자
-취업 연계 등 졸업 후에도 사후 관리를 해 주는지 궁금하다.

▲학교에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취업처도 발굴하고 대학 진학도 돕고 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상담시설이나 정신건강 시설과 연계하는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 사례관리를 계속하며 졸업 후에도 찾아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주다 보면,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한다. 다만 중·고등학교 때는 사춘기다 보니 방황을 많이 하는데, 학교는 그 옆에서 든든한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하반기 학생들의 학업 유지율 조사를 해보니 원적교로 복귀한 학생의 약 82%가 졸업을 하거나 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나 알찬 결실로 생각한다.

-대안 교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교장과 교사들의 노고가 클 것이라 예상되는데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나.

▲학생들은 감정적 동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있다. 청소년기 교우관계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고 그 관계에서 오는 상처가 크고 깊다. 그러다 보니 그런 어려움을 해소해 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전문상담사 3명이 상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늘벗교사들은 학생들의 심리·정서 케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소진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연구회 활동을 통해 대안학교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른 학교에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학교 자체 상담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청 교원치유센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교사 대부분은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 얼굴이 다 다르듯 성장하는 속도도 다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잘 지내는 학생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다. 세종늘벗학교가 아이들이 자신의 속도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고 기다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자녀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학교 문을 두드려 달라. 학생들이 건강한 세종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안 교육의 길에 더욱 매진하겠다.
대담=세종 이희택 본부장, 정리·사진=이은지 기자

●신주식 세종늘벗학교 교장은

▲1969년생 ▲경상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학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석사)▲중·고등학교 교원 ▲교육부 교육연구사·교육연구관·장학관 ▲샌프란시스코한국교육원 원장 ▲세종교육청 장학관·중등교육과장 ▲LA한국교육원 원장 ▲현 세종늘벗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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