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신중덕, 추상, 생명' 전시 개막…추상미술로 그린 생명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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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신중덕, 추상, 생명' 전시 개막…추상미술로 그린 생명 철학

신중덕 40년 작품 속 생명의 다양한 모습 재조명
자기회귀·생명률·만화경 등으로 생명 철학 풀어내
이응노미술관 '뉴 스타일' 지역예술 가능성 제시

  • 승인 2025-06-26 16:42
  • 신문게재 2025-06-27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신중덕 추상 생명 포스터
전시 '신중덕, 추상, 생명' 포스터./사진=이응노미슬관 제공
이응노미술관은 오는 6월 17일부터 8월 24일까지 지역 원로 작가 신중덕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특별 기획전 '신중덕, 추상, 생명'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에 걸쳐 대전을 기반으로 추상회화에 몰두해온 신중덕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 40년간의 예술 여정, 생명과 추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고독한 탐구

신중덕 작가의 예술적 궤적은 '생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물질과 공간, 시간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실험의 기록이다.



신중덕의 작품은 '생명'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한 끈질긴 고뇌와 사유의 흔적이다. 작가는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질과 공간, 그리고 시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추상미술이라는 중심축 아래에서 다채로운 표현 양식을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추상화를 넘어, 생명체가 가진 근원적 힘과 리듬, 변화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 시기별 특징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생명과 추상의 긴밀한 접점을 탐구한다.

▲ 평생을 걸어온 생명과 추상의 길

신중덕은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이상 추상예술에 전념하며 생명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추상화에 머무르지 않고 생명체가 지닌 근원적 힘과 그 변화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한다. 작가는 물질이 지닌 거친 질감과 힘, 자연의 유기적 리듬, 그리고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찰나를 화폭에 담아내며,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신중덕의 작품을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자기회귀', '생명률', '만화경'이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이 각각의 주제는 생명의 순환, 자연의 율동, 시간 속에서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다.

▲ 4전시장 '자기회귀' : 생명의 근원, 물질로의 귀환

'자기회귀'는 1980년대 신중덕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는 주제로, 모든 생명이 결국 물질 그 자체로 되돌아간다는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시기의 작품은 거칠고 무채색 위주의 질감과 마티에르가 두드러진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흩뿌리고, 천에 무수한 칼질을 가하는 등의 격렬하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생명력을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추상회화의 차원을 넘어 생명과 물질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시각화한 결과다.

작품 자기회귀'(1989)는 캔버스 위에 천 9조각을 절단·부착한 입체적 작업으로, 물질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또 '영광송'(1992)은 아크릴릭 물감을 사용해 다층적인 질감과 형태를 통해 생명력의 근원을 탐색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신중덕 예술 세계의 초석이자, 이후 전개될 추상 양식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3전시장 '생명률' : 자연의 율동과 빛으로 그려낸 생명의 리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중덕의 작업은 크게 변화한다. '생명률' 시리즈는 밝고 투명한 색채와 우아하고 섬세한 붓질을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소재와 색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칠하며, 다층적이고 풍부한 색면을 구축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의 생명 현상을 해체·재조립하는 독창적 예술세계를 완성해나간다.

이 시기의 작품은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과는 달리 아실 고르키(Arshile Gorky)의 바이오모픽 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체적 추상의 미학을 추구한다. 작가는 꽃, 나무, 인간 신체 등 자연에서 발견되는 불규칙하고 우연적인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프로 삼아 자유롭고 유려한 선과 형태를 구사한다.

대표작 '생명률'(2007)은 대형 캔버스에 다채로운 색채와 층층이 쌓인 붓질로 자연의 리듬을 생생히 재현한다. 2009년작 역시 유사한 기법과 주제로 작가의 치열한 고뇌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생명률' 시리즈는 신중덕이 생명의 율동과 조화를 어떻게 시각화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 2전시장 '만화경'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생명의 찰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만화경' 시리즈가 중심을 이룬다. 작가는 만화경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생명이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품은 사람 신체, 나무 등 자연적 요소를 순간적으로 흔들리고 변화하는 현상처럼 묘사하며,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찰나의 생명을 포착한다.

'만화경'(2014, 2017)은 유려한 선과 다양한 패턴이 조화를 이루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다. 이 시기의 작품은 생명체의 다면성과 변화무쌍함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생명의 신비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 고암 이응노의 '뉴 스타일' 계승과 지역 예술의 진정성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20세기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암 이응노(1904-1989)가 개척한 '뉴 스타일'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응노가 자신의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한 축을 이루었다면, 신중덕은 지역 예술가로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현대 추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암 이응노 선생의 실험 정신과 예술적 유산을 오늘날 새롭게 계승하는 자리"라며, "지역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신중덕 작가의 내면적 궤적을 통해 현대 추상미술의 깊이와 지역 예술의 진정성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대전 이응노미술관 2~4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신중덕 작가의 대표작 40여 점이 선보인다. 개막행사는 6월 17일 오후 3시 미술관 로비에서 개최된다. 관람객은 전시 기간 동안 작가의 작품세계와 창작 배경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응노미술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전시 설명과 다채로운 영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신중덕, 추상, 생명'은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지역 미술의 깊이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으로서 추상미술의 현대적 변주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다. 생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신중덕의 작품은 관객에게 자연과 시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며, 지역 예술이 가진 독창성과 진정성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신중덕이라는 작가가 걸어온 예술적 궤적을 따라가며, 생명과 추상,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깊은 사유의 세계에 빠져보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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