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장마가 끝나는 6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7~8월에는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들이 이어진다. 습도도 높아 체감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이러한 혹독한 여름을 견디기 위해 일본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독특한 '여름나기' 문화가 발전해 왔다. 현대 기술과 전통적인 지혜가 어우러진 일본의 여름 풍경은 계절을 즐기는 문화적 감성을 잘 보여준다.
대표적인 여름 풍물 중 하나는 바로 '풍경(風鈴)'이다. 창가에 달린 유리 풍경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맑은 소리는 심리적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름 축제가 시작되면, 거리에는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유카타는 얇은 면 소재로 만들어져 통풍이 잘 되고, 체온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가벼운 착용감과 화려한 디자인은 여름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일본 각지에서는 다양한 '마쓰리(祭り)'와 '불꽃놀이 대회'가 열린다. 도쿄의 스미다 강 불꽃놀이나 오사카의 텐진 마쓰리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을 함께 즐긴다. 무더위 속에서도 이러한 축제의 열기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음식 문화에서도 일본인은 여름을 이겨낼 지혜를 발휘해 왔다.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는 목 넘김이 좋은 차가운 소면(소멘), 그리고 보양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민물장어(우나기) 요리가 있다. 특히 '도요노 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에는 우나기를 먹는 전통이 있어, 전국적으로 장어 요리의 소비가 급증한다.
또한 여름 한정으로 출시되는 음료와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 탄산음료인 '람네'와 사이다, 시원한 맥주는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팥빙수(가키고리)는 과일이나 녹차 등을 활용한 다양한 맛으로 여름철 대표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비록 문화는 다르지만, 일본과 한국 모두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더위를 견디는 지혜는 낭만과 생활의 여유를 함께 담고 있다. 그 안에는 계절을 온전히 즐기려는 사람들의 감성과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고 있다.
아사오까 리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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