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농부가 물에 떠 있는 오이를 살펴보고 있다. |
이틀간 내린 비로 라복리뿐만 아니라 합송리, 내리, 장암면 일대 하우스가 물에 잠겨 수확을 앞둔 수박과 멜론, 오이가 상품성을 잃었다. 농민들은 4년째 수해를 겪으면서 사실상 빚더미에 올르게 됐다.
내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남편도 하우스 일을 하다가 과로로 세상을 등졌는데, 나도 떠나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농가는 A업체와 한 동당 1,100만 원에 계약을 하고 출하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폭우로 1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날아갔다.
라복평야도 쑥대밭이 됐다. 배수로 물이 역류하면서 이 일대 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라복1·2 배수장에서 금강으로 물을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폭우가 그친 뒤에도 역류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하우스 내부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유는 배수로 구조 차이에 따른 병목현상 때문이다. 백제문화단지 배수로는 직선이고 라복평야 배수로는 곡선이라 배수장에서 병목이 생겨 라복평야로 물이 역류한 것이다. 때마침 배수장 펌프 7기 중 1기(초당 2.5t 방류)가 고장 나 수리 중이었다.
![]() |
수확을 앞둔 오이가 물에 잠긴 장면 |
이에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6월 펌프가 고장 났고, 관내에 전문 수리업체가 없어 외지 업체를 어렵게 섭외해 수리 중이었다"며 "이곳은 1980년대 말 수도작 기준으로 배수장이 설치돼 이틀간 내린 폭우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라복평야 인근에 추가 배수장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확 직전 배수 펌프가 고장 난 상태에서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관리 책임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부여군 라복평야는 4년째 반복되는 수해로 인해 농민들의 피해와 시름이 누적되고 있으며,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