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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슬라브 슈타 스플리트 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이 7월 29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종시 제공. |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의사당 기능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해서일까. 세종시와 시교육청, 시의회 등 지방 공공기관에 45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을 더하고도, 국제교류 색채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 정도만 눈에 띌 정도다.
실제 현주소도 그렇다. 정부부처와 연관된 대부분의 국제 세미나와 외빈 초청 행사 등은 서울 주요 호텔이나 인천 송도 등의 수도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세종특별자치시가 2012년 출범 이후 조금씩 국제 교류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게 위안을 던져준다. 2023년 6월 부임한 이호식 국제관계 대사를 중심으로 정진기 대외협력담당관, 정윤경 팀장을 비롯한 김나현·오정민·박기성·김묘현 주무관 등 소수 정예 드림팀이 국제도시 도약을 이끌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과 상대적 비교 지표에선 미약한 건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7월 24일부터 8월 1일까지 독일과 크로아티아에서 진행된 공무 국외 출장을 계기로 세종시의 국제 교류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숙제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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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월 9일 불가리아 소피아시청사에서 판다코바 요르단카(Fandakova Yordanka) 소피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이 만나 상호 서명한 우호협력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
시는 21년 9월 결과를 통보받고, 22년 8월 소피아시와 우호 협력 의향서(LOI) 체결이란 결실을 맺었다. 여기서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이호식 국제관계 대사의 역할이 컸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같은 해 11월 우호 협력 도시로 나아갔고, 불가리아 키릴 문자 교류 전시회 개최와 2023 세종 가든쇼에 장미 식재 및 우호 정원 조성, 같은 해 8월 새만금 잼버리 위급 상황에서 불가리아 스카우트 대표단(청소년) 초청으로 우호 관계를 더욱 키웠다. 결국 지난해 4월 세종시 최초의 자매도시가 됐다.
이어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대 간 교환 연수 및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세종테크노파크와 지역 기업은 24년 5월 소피아시에서 기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소피아시 국제고 교원 및 학생은 세종시교육청 주관 제4회 국제 청소년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앞으로 숙제는 불가리아 장미가 중앙공원에 안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와 실질적인 기업·대학 교류 성과를 찾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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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9월 18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시가 대표단을 꾸려 우호협력 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를 방문한 모습. 사진=세종시 제공. |
지난해 11월 스페인에선 한국과 영국 간 트윈스 우수 사례 발표 및 도시 브랜드 홍보에 나서 세종시를 알리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김나현 세종시 대외협력과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벨파스트 대표단은 지난해 세종시를 찾아 자율주행 차량 탑승 등을 통해 앞서가는 스마트시티를 인정했다"라며 "올해 7월에는 집현동 그래비티(의료기기 제조 및 헬스케어 솔루션)가 벨파스트 얼스터대 바이오 분야 협력 매칭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연구 자금 2784만 원을 지원받았고, 현지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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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독일과 크로아티아를 차례로 찾은 세종시 대표단. 최민호 시장과 이호식 국제관계 대사, 정진기 대외협력담당관, 김나현·박기성 주무관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류 협력의 물꼬를 텄다. 2027 U대회 공동 개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발걸음도 모색했다. 사진=세종시 제공. |
▲세종시의 국제교류, 2015년 중국으로 스타트=세종시는 2015년 5월 중국 산시성과 우호 협력 도시 양해각서 체결로 국제 교류의 서막을 열었고, 다음 해 7월 구이저우성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이들 지역과 스포츠와 문화관광, 빅데이터 교류 추진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9월 산시성과 10주년 기념 청소년 스포츠 대표단 초청 공연을 갖고, 10월 대표단의 공무 국외 출장을 앞두고 있다. 구이저우성과는 26년 10주년을 맞아 기념 협력 사업울 논의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로는 캄보디아의 제2도시 바탐방주는 20년 8월 문화 교류 등을 중심으로 우호 협력 의향 도시 목록에 포함됐다. 오는 10월에는 일본 교토의 스마트시티 엑스포에 방문해 협력 지점을 찾고, 베트남 하노이시와도 협력 사업을 발굴한다.
▲전 세계 행정수도와 동반 발전도 도모=행정수도 교류는 2017년 6월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시, 18년 2월 튀르키예 앙카라시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들 도시는 양해각서 체결 도시 대열에 합류했고, 17년 6월 브라질리아시와 이슬라마바드시 역시 같은 개념으로 우호 협력 의향서(LOI)로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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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리트시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주변 방문객 모습. 사진=이희택 기자. |
7월 29일 우호 협력 도시 체결로 격상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시 역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고대 유적(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갖고 있다. 이제 협력 관계를 찾기 시작한 두브로브니크시 역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시는 앞선 25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와 우호 협력 의향서 체결로 유럽권 교류 지평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와 스타트업 분야 등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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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우호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최민호 시장(사진 좌측)과 프랑크 노퍼(Frank Nopper) 시장(우측). 사진=세종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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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선수촌으로 사용될 합강동 아파트 단지 조감도. 사진=행복청 제공. |
충청 U대회는 오는 2027년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충청권 4개 시·도 곳곳에서 전 세계 150여 개국에 걸쳐 1만 명 안팎의 대학생 선수단 참여로 진행될 예정이다. 세종시는 경기장 인프라가 부족해 탁구와 유도 2개 종목 경기만 유치했지만, 대회 조직위(어진동)를 중심으로 선수촌(합강동 스마트시티), 폐회식(중앙공원) 운영을 앞두고 있어 개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행정수도 인프라와 관광 산업, 경제 활성화 등의 매개체를 잘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각국 선수단을 통해 전 세계 국제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노력도 필요로 한다.
정진기 대외협력담당관은 "양해각서와 우호 협력 의향서의 의미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도시 발전의 밑거름"이라며 "국제 관계 업무 담당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의 여건 아래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식 국제관계 대사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지속적인 국제 교류 협력 확대 노력을 전개해 아시아 권역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 교류 대상국을 넓혀가고 있다"라며 "우호 협력 의향서나 양해각서 체결이 상대 도시와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기존 도시들뿐만 아니라 올해 새롭게 합류한 전 세계 도시들과 발전적인 관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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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 이후 국제교류 도시 현황. 사진=세종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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