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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응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학교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거나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01년 부산 동명고 살인사건, 2003년 고등학생 장기매매 사건, 2006년 청주 여중생 고데기 사건 등 흉포화, 집단화, 저연령화된 잔혹한 학폭 사건들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회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학폭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고조시키며 국가와 사회가 학폭 예방과 대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각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해 학폭 사안을 심의하고 조치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후 2020년 3월부터는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전담해오고 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해 학폭위가 열리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가해자에 1~9호의 조치가 내려진다. 또한 사안이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 행위에 해당할 경우, 만 14세 이상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만 10세 이상 만 19세 미만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학폭이 단순히 학교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법적 책임까지 수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학폭 기록의 대입 반영이 강화되는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폭 건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2024년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의 2.1%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학생이 513만 명임을 고려할 때 1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폭 피해를 겪었음을 의미한다.
학폭에 있어 처벌은 중요하다. 하지만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과 관계회복, 치유의 노력이 함께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학교폭력제로센터를 전국 전국 시도교육청에 설치하고 학폭 발생 시 사안 조사부터 피해 학생 지원, 관계 회복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퇴직 경찰, 퇴직 교원 등 학폭 업무 및 조사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전담조사관으로 위촉해 사안 조사를 전담하게 해 사안 처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였으며 피해학생 지원단, 관계회복 지원단, 법률지원단을 가동해 학폭 발생 시 사안조사부터 피해학생 회복, 가해학생 지도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초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서는 관계조정과 회복에 더욱 초점을 맞춘 '더 위해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 교육지원청이 상반기 운영한 성과를 발표했는데 3월부터 7월까지 총 40건 이상의 갈등 상황을 해당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고, 대다수 사안이 학교장 자체해결 또는 학폭심의 취소로 이어졌으며 만족도는 무려 97%에 달했다고 한다. 학폭을 단순히 사건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건강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과정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다.
학교는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작은 사회다. 이곳에서의 갈등 해결의 경험은 학생들의 성찰과 성장, 공동체 의식 함양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의 폭력의 고리를 끊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배움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대화와 화해 기반의 이러한 갈등 해결 시스템이 더 많은 교육현장에 도입되길 바란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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