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음식 문화는 오랜 세월 공동체적 가치를 반영해왔다. 원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풍경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설날의 물고기 요리는 풍요를, 만두는 재물을, 국수는 장수를 상징한다.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삶의 희망을 표현하는 문화적 무대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사회에서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한때 비즈니스 자리에서 빠질 수 없었던 고도수의 바이주(白酒)는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고 있다. 대신 과일향 저도주, 무알콜 음료, 칵테일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프리미엄 술 브랜드인 마오타이조차 가격 하락과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중국의 오래된 말, "회의실에서 풀지 못한 문제도 술자리에서 해결된다"는 여전히 유효하다. 술은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신뢰와 우정을 확인하는 상징적 의식이다. 건배(干杯, 간베이)는 잔을 비우는 행위이자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법으로 자리 잡아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회식 문화가 직장 생활의 중요한 요소였으나, 최근에는 "상황은 중요하지만 술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절제와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이 커지며, 과거의 강권적 술 문화는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중국의 음식과 술 문화는 여전히 공동체 의식과 관계 형성의 장이라는 본질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건강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균형, 그것은 다문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적 지혜라 할 수 있다.
한혜숙 명예기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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