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갓, 세계 속의 신문화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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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 갓, 세계 속의 신문화로 우뚝!

  • 승인 2025-09-30 13:48
  • 신문게재 2025-01-11 30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10-5] 박진희 명예기자
말(言語)의 유래와 어원 중에는 예상외의 사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나 뜻밖이거나 기가 막히는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다'를 일례로 들 수 있다. 여기서 어처구니란 기와를 올린 한옥의 용마루 끝과 처마 끝에 마무리하는 십장생의 동물 형상을 말한다. 혹은 곡물을 갈 때 쓰는 기구인 맷돌의 손잡이도 '어처구니'라고 한다. 어느 쪽이 됐든 '어처구니 없다'는 중요한 것을 잊거나 빠뜨렸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트집 잡다'라는 말도 있다. 공연히 남의 조그만 흠을 들추어내거나 없는 흠집을 만들어내어 불평하거나 말썽을 부릴 때 쓰는 표현이다. 옛날 어른이 된 남자(선비)가 머리에 쓰던 의관의 일종인 '갓'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기술자들이 갓에 난 구멍을 수선하면서 많은 흠집을 잡아내어 수리비를 비싸게 받으려 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한국말의 어원이 되는 '갓'은 한국 남자의 전통 두식(머리쓰개)이다. 그 밖의 것으로는 망건, 탕건, 충정관, 정자관, 동파관, 와룡관, 상투관, 흑립(黑笠), 백립(白笠), 면류관(冕旒冠)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갓은 4세기 고분 벽화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갓의 재료는 말의 갈기나 꼬리털인 '말총'이 주로 쓰였으나 점점 공급이 줄어들면서 구하기 어려운 고급 재료가 되었다. 또한 갓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둥근 테(양테)를 짜는 일이 24개 과정, 원통형 모자(총모자)를 짜는 일이 17개 과정, 이 두 개를 짜 맞추는 입자 일이 10개 과정으로 총 51개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재료와 공정에 따라서는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1년여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 모자는 많고 많지만, 갓과 같은 반투명의 모자는 흔치 않다. 200년 전 갓을 쓴 한국인이 그려진 그림에 매료된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조선에 꼭 가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최근 들어 각양각색의 한국 모자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폭발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에서 촉발된 듯하다. 작품 속에 등장한 가상의 보이 그룹, '사자 보이즈(Saja Boys)'가 도포에 갓을 쓴 이국적인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1895년(고종 32) 11월 15일, 김홍집 내각이 성년 남자의 상투를 자르고 서양식 머리를 하도록 내린 단발령(斷髮令)에 따라 '갓'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시나브로 잊혀가던 '갓'은 100여 년 만에 당당히 세계 문화와 패션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를 소중히 여겨 외세의 강요와 내각의 일방적 개혁 의도에 저항하며 긍지를 잃지 않고자 한 한국인의 기상도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길 바란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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