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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희 바른초 교사 |
TF팀에서 개교 준비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곧 벽에 부딪혔다. 이유는 단순했다. 교표부터 학교 공간까지 이야기를 담아낼 학교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철학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3월부터 미리 양지초에 배치되어 있던 바른초 배정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에게 물었다. '우리 학교는 어떤 학교가 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요?' 여러 목소리를 모아 자율·책임, 존중·배려, 호기심·배움이라는 가치를 찾았다. 이를 '스스로 바르게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비전으로 세웠다. 철학이 세워지자 학교가 비로소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의 삶을 만든다'는 말처럼, 가치를 담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 공간을 만들었다.
학교가 문을 여는데 비단 외양을 갖추는 것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사람이었다. 이미 양지초에 배치되어 있었던 선생님과 아이들, 중간에 합류한 TF팀, 9월에 부임한 선생님과 전학 온 아이들까지 출발점이 너무나 다른 우리였다. '어떻게 '우리'로 포용하며 연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운영체제를 구성했다. 현재 바른초는 각 주체별 자치회, 학년교육과정을 움직이는 힘인 전문적학습공동체, 연석회의, 동아리까지 꾸준한 '만남'을 하고 있다. 물론 여느 집단처럼 부침도 있고 고민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비전이 단어 알갱이로 흩어지지 않기를.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끈한 힘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난 일 년은 학교의 속살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지난 해, 아이가 6년간 꾸준하게 배울 학교중점교육을 개발하기 위한 기획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했다. 바른초의 학교중점교육은 '탐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선생님들과 학교자율시간에 관한 연수도 듣고 함께 학년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의 탐구 과정은 탐구 공책에 기록되고 과정중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한 명 한 명의 탐구 여정은 11월 바른성장발표주간에 함께 나누려고 한다.
또, '빠르게' 보다 '바르게' 성장하는 학교를 지향하며 4년 로드맵도 그리고 있다. 첫해는 모두의 학교 적응과 안정적인 학교 만들기였다. 두 번째 해인 올해는 전문적학습공동체 중심 수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일 년이다. 후회되는 일도 있고 조금 서둘렀다 싶은 일도 있다. 단숨에 채울 수 없지만 분명 우리는 하나씩 차근히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 TF팀으로 가는 나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해 보지 않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 재미있을 거에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재미보다는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소통과 결정이 범람하는 과정에서 집중과 선택을 위한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리더십을 배웠다. 공사 지연, 시간에 쫓기는 업무 등 예기치 않은 일 속에서 절망이 아닌 희망할 수 있음도 배웠다. 교육청에서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도와주었다. 바른유치원도 공간이 없어 다모임을 할 수 없는 우리에게 귀한 자리를 내어주었다. 학교만의 힘으로는 문을 열기 어렵다. 모두의 애씀과 노력 덕분에 '바른'이 움직인다. 학교는 건물로 세워지지만, 사람으로 완성된다. 이름 없는 벽돌부터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까지 모든 곳에 사람의 마음이 스며있다. 바른초등학교의 1년은 우리가 함께 쌓아올린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바른초 돌멩이 하나까지도 나에게는 애정이다. 하물며, 아이들이란! 나는 절절한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 사랑해, 바른.
/유명희 바른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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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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