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AI가 데려온 미래, 이웃과 건너기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AI가 데려온 미래, 이웃과 건너기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승인 2025-12-07 11:15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KakaoTalk_20250822_173708463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2016년, 우리 사회를 그 전과 후로 나눌 만한 충격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1로 꺾으며 AI가 처음으로 세계 정상급 바둑 기사를 이긴 순간이었다. 이 일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라, 인류 문명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사건이었고 본격적인 AI 시대의 서막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의 변화이다. 많은 이들은 "바둑이라는 세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I는 바둑계에 새로운 균열과 변화를 불러왔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학습 방식의 혁신'이었다. 현재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은 2019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의 압도적 성장 뒤에는 AI와 함께한 훈련의 결과가 있었다.



신진서 9단은 올해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AI에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AI는 나를 더 채찍질하고 열심히 하게 만든 1등 공신이다. AI 추천 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상상하고 계산하며 발전시키는 게 진짜 공부다. AI 덕분에 바둑이 더 재미있어졌다."

소설가 장강명은 그의 저서 『먼저 온 미래』에서 AI가 바둑계에 불러온 변화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AI 학습이 본격화된 이후 프로 기사들의 기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이를 '민주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정상급 기사들과 중하위권 기사들 사이에 존재하던 실력의 벽이 완화되었고, 집에서도 최정상급 AI와 대국을 반복하며 훈련할 수 있게 되자 경기력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남녀 기사 간의 실력 차이 역시 좁혀졌으며, 바둑이라는 종목의 평균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AI 도입 이후 바둑에 '기풍(棋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학습이 천편일률적인 초반 포석을 만들어낸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반부의 치열한 전투와 수 선택 과정에서 여전히 개별적인 스타일이 나타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바둑의 세계에서 AI는 말 그대로 '신(神)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데이터 기반 바둑 실력 랭킹 시스템 '고레이팅'에서 세계 1위 신진서 9단의 점수가 3864점인 반면, 알파고 제로는 5,185점으로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의 장밋빛 시대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AI가 바꿔놓을 우리 사회의 모습과 심리적 변화를 미리 살펴보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AI를 거부하고, 누군가는 열렬히 환영하며, 또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바둑계가 이미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에도 AI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떤 이는 "이건 신세계"라고 외치며 모든 이가 AI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는 챗GPT를 몇 번 사용해보고 "생각보다 새롭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떠오른 것이 있다. 스위스 태생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말한 변화 수용의 5단계, 즉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다. 어떤 사람은 기술을 부정하고, 어떤 사람은 변화에 분노하며, 또 누군가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서 타협한다. 그리고 종종 우울과 혼란이 찾아온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고민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이 변화의 시기를 겪어내야 한다.

최근 혁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EO 스튜디오에서 AI 및 창의성 분야 전문가 제레미 어틀리 스탠퍼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AI 시대의 창의력 훈련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조언을 제시한다.

첫째, AI에게 답을 묻지 말고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를 물어라. 둘째,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협업하는 팀메이트로 대하라. 셋째, 텍스트 입력을 넘어 음성 기반 상호작용을 활용하라. 넷째, 처음 나온 전형적인 답에 머무르지 말고 더 나은 결과를 계속 요구하라.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AI를 '사용'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곁에는 AI뿐만 아니라 동료와 이웃이 있다. 우리는 동료와 이웃의 손을 놓지 않고, 이 변화의 시간을 함께 건너야 한다. 때로는 부정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우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벼랑 끝 대전충남 통합 충청출신 與野 대표 '빅딜'만 남았다
  2. 빨라지는 6·3 지방선거 시계… 여야 정당 & 후보자 '잰걸음'
  3. [주말사건사고] 대전·충남서 화재·산업재해 잇따라… 보령 앞바다 침몰어선 수색도 나흘째
  4. 해방기 대전 문학 기록 ‘동백’ 7집 발견…27일 테미문학관 개관과 함께 공개
  5. [월요논단] 충청권 희생시켜 수도권 살리려는 한전 송전선로 철회하라
  1. 항공·관광·고교 교육까지…충청권 대학 지산학관 협력 봇물
  2. 대전시 무형유산 초고장·국화주 신규 보유자 탄생
  3. [건강]팔 안 들리는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 어깨 관절 구조 바꾸는 치환술
  4. '수학문화를 과학기술 대중화의 새로운 문화로' 수리연 정책 포럼 성료
  5. [건강]반복되는 사레, 사망 초래할 수 있는 연하장애의 위험신호

헤드라인 뉴스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 행정통합…금강벨트 시도지사 경선링도 직격탄

벼랑 끝에 몰린 대전·충남 행정통합으로 6.3 지방선거 충청권 광역단체장 경선링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는 타 시도와 달리 충청권은 차갑게 식은 지 오래며, 국민의힘도 김태흠 충남지사가 후보등록을 미루는 등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경선 일정 지연 등이 현실화 될 경우 후보자 및 공약 검증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고스란히 지역 주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섰지만, 대전·충..

국내 증시 `패닉`에…국내 투자자 불안 심리 `증폭`
국내 증시 '패닉'에…국내 투자자 불안 심리 '증폭'

미국과 이란 전쟁 정세의 악화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불안 심리가 함께 더해지면서 9일 코스피가 6%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까지 6000선 위를 웃돌던 코스피 지수도 어느새 이날 5300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중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코스피 전 종목의 매매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닥도 5% 안팎 급락하며 1100선을 내줬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하락한 5265...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선관위, ‘꿈돌이 선거택시’ 운행…4월부터 2000대 지선 홍보나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홍보를 위해 지역 가맹택시인 '꿈돌이택시'를 활용한 '꿈돌이 선거택시'를 운행키로 했다. 대전선관위는 9일 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애니콜모빌리티(주)와 '꿈돌이 선거택시'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꿈돌이택시(꿈T)'는 대전시 공식 캐릭터 '꿈씨패밀리'가 UFO에 탑승한 디자인의 차량표시등을 부착한 지역형 가맹택시로, 애니콜모빌리티가 대전시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협약식에서는 양 기관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꿈돌이택시에 직접 탑승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퍼포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금지

  •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3.8민주의거 역사적 의미 살펴보는 시민들

  •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더 오르기 전에…’ 붐비는 주유소

  •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 즐거운 입학식…‘반갑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