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하근 "순천·여수·광양 통합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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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하근 "순천·여수·광양 통합 선택 아닌 필수"

前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 승인 2026-01-07 10:36
  • 수정 2026-01-08 05:21
  • 전만오 기자전만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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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근 前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광주·전남의 신속한 통합과, 순천·여수·광양의 통합을 제안한다.

새벽 다섯 시, 여수항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는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밤새 움직였고 광양제철소 굴뚝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규칙적으로 피어오른다. 순천 외곽의 수로에는 공업용수와 생활용수가 쉼 없이 흐른다. 현장은 살아 있다. 산업도 있고 노동도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에너지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지 못한 채 제각각 흩어져 있다. 인구 절벽과 산업 재편의 파고 앞에서, 각자의 이름만으로 버티기에는 벅찬 시대에 우리는 들어섰다.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 그리고 순천·여수·광양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 통합 논의는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전략과 맞물리며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여수·광양 인구 약 70만 명에 광주·전남 전체가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이면 320만 명 규모의 광역권이 형성된다. 에너지·제철·석유화학·관광·농식품 산업을 결합할 경우 지역내총생산은 150조 원 안팎까지 확장된다. OECD와 세계은행이 강조해온 대로 수백만 명 규모의 대도시권은 통합된 노동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규모는 곧 시장이고 시장은 정책과 투자를 끌어당긴다.

이 흐름 속에서 동부권의 역할은 분명하다.

광주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집적단지를 중심으로 데이터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전남 서부권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바탕으로 에너지 집적의 중심지로 성장 중이다. 데이터와 에너지가 모였다면, 이를 실제 제조와 수출로 연결할 공간이 필요하다. 항만·제철·석유화학·물류가 응축된 동부권이 그 축을 맡을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전력과 공업용수는 핵심 기반이다. 첨단 팹 한 곳이 사용하는 전력은 중소도시 하나의 연간 사용량에 맞먹고, 하루 수십만 톤의 초고순도 공업용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로 확인됐다. 순천·여수·광양을 포함한 전남 동부권은 대규모 발전설비와 송전망, 산업용수 체계, 국가산단과 항만·물류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드문 지역이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 율촌산단과 광양항을 잇는 산업축은 에너지·용수·물류가 한 줄로 이어진 제조·수출 회랑을 형성하고 있다.

동부권 회랑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받아들일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 여수 율촌 준설토 투기장 일원에 300만㎡가 넘는 미래 신산업 거점 산단을 조성하고 있고, 동부권 산업용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부지 공급 계획을 이미 추진 중이다. 여수·순천·광양 일대를 하나의 통합 경제권으로 보고 반도체·배터리·수소·첨단소재를 유치하겠다는 비전도 공공연히 제시되고 있다.

수도권 집적에 따른 전력·용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남방한계선을 호남까지 내리는 것은 국가 생존의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례에서 보듯, 초대형 반도체 단지에는 전용 송·변전망과 하루 수십만 톤 규모의 통합 용수 공급 체계가 함께 구축된다. 이러한 국가 인프라를 유치하려면 광역 단위의 계획과 집행력이 요구된다. 광주 AI, 전남 서부 에너지, 전남 동부 반도체·첨단제조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는 통합된 광주·전남이라는 틀 안에서 비로소 힘을 갖는다.

동부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율촌산단이 노후 산업지대로 남을지, 첨단 제조 생태계의 기반으로 재편될지를 가르는 선택이다. 석유화학과 제철 산업이 AI·탈탄소 기술과 결합해 반도체·배터리·수소 소재 산업과 연결될 때, 기존 산업단지는 새로운 역할을 얻는다. 광주·전남 통합과 동부권 반도체 전략은 산업 전환의 비용과 성과를 지역 전체로 나누는 설계다.

고용 효과도 뚜렷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 직접 고용 1명은 장비·소재·물류·연구·서비스 분야에서 평균 3~4명의 간접 고용을 유발한다. 클러스터 단위 조성은 수천 명의 직접 일자리를 수만 개의 지역 일자리로 확산시킨다. 대학과 연구소, 직업교육 체계가 연결되면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도 완화될 수 있다. 여수·순천·광양을 오가며 일하고, 광주·목포까지 한 시간대에 연결되는 생활권이 형성되면 선택지는 달라진다.

행정 통합의 효과 역시 실증적으로 확인돼왔다. 광역 단위로 기능과 재원을 결합한 지역은 중앙정부 공모사업과 공공기관 이전에서 더 높은 실행력을 보였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 광주·전남 통합과 동부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묶어 에너지·AI·반도체·물류를 하나의 이야기로 제시하는 전략은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AI·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결정은 이미 장기 시계로 움직이고 있다. 준비가 늦어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든다. 단계적 통합, 기능별 공동행정, 광역 연합과 특별법을 통한 권한 조정 같은 경로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필요한 것은 일관된 방향이다.

말로만 외치지 말고, 현장을 잇고 데이터를 제시하며 시민의 삶에서 변화를 증명해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과 여순광 통합을 통해 판을 키우고 에너지와 반도체, AI와 물류가 함께 움직이는 미래를 앞당겨야 한다. 동부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특정 도시의 욕심이 아니라 국가 리스크를 분산하고 호남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한 선택이다.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순천·여수·광양과 광주·전남, 대한민국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결단이다.

/오하근 前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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