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다문화] 매운 불꽃에서 바다의 향기까지… 지역이 빚어낸 훈둔의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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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다문화] 매운 불꽃에서 바다의 향기까지… 지역이 빚어낸 훈둔의 또 다른 얼굴

  • 승인 2026-02-01 10:56
  • 수정 2026-02-01 10:57
  • 신문게재 2026-01-03 8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중국의 훈둔(馄饨)은 북방과 강남을 넘어 서남·남방·서북·동북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강렬하고 개성적인 모습으로 변주된다. 같은 밀가루 음식이라 해도 기후, 향신료, 바다와의 거리, 민족적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상징을 품게 된다.

쓰촨과 충칭 지역에서 훈둔은 ‘초수(抄手)’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청두의 초수는 두 모서리를 겹쳐 빚은 형태에서 이름이 유래했으며, 붉은 고추기름과 산초를 사용한 ‘홍유 초수’는 얼얼한 매운 향으로 유명하다. 충칭에서는 ‘노마초수’라는 유파가 발전했는데, 산초를 매우 호방하게 사용해 먹고 나면 입술이 감전된 듯 떨릴 정도의 강렬함을 남긴다. 라산의 ‘유리 초수’는 껍질이 얇아 속 재료의 색이 비쳐 보이며, 닭과 오리로 끓인 국물에 지역 새싹 채소 가루를 더해 깊은 풍미를 만든다.

남쪽 링난 지역에서는 광저우의 ‘윈툰’이 대표적이다. 대나무 찜망에서 익힌 얇은 피에 신선한 새우와 돼지고기 소를 넣어 대나무 승면과 함께 먹는 ‘윈툰면’이 전통적인 조합이다. 홍콩의 ‘세용’은 작은 그릇에 면과 훈둔을 담아 빠르게 먹는 방식으로, 부두 노동자들의 은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조산 지역의 ‘만두면’은 납작한 훈둔과 수제면에 어분을 더해 바다의 풍미를 살리고, 객가 지역의 ‘편식’은 돼지기름 찌꺼기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강조한다.

해양 문화가 강한 민태 지역의 훈둔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푸저우의 ‘편육연’은 돼지 뒷다리살을 반복해 두드려 종이처럼 얇게 만든 피에 소를 넣은 예술적 형태의 훈둔이다. 샤먼의 ‘편식’은 상어 고기 속과 샤차 소스를 사용해 독특한 향을 낸다. 대만에서는 ‘편식’ 또는 ‘혼돈’이라 불리며, 이란 지역의 ‘떡 부스러기 혼돈’은 떡을 잘게 썰어 넣어 겉은 부드럽고 속은 뜨거운 식감을 완성한다.

서북과 동북으로 갈수록 훈둔은 더욱 투박하고 힘 있는 음식이 된다. 신장의 ‘취취얼’은 커민 향이 강한 양고기 소에 당근을 더해 중앙아시아의 영향을 드러내며, 간쑤 린샤의 ‘할랄 훈돈’은 쇠고기와 양뼈 국물에 고수와 튀긴 고추를 듬뿍 얹어 이슬람 문화권의 특징을 담는다. 하얼빈의 ‘산채 훈돈’은 절인 산채를 돼지고기 소에 섞어 겨울철 저장 식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만주족의 전통 ‘자손보’는 결혼식 피로연에 등장하는 반달 모양 훈둔으로, 가문의 번성과 후손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훈둔의 수많은 이름과 방식은 지역 물산, 이주 역사, 기후와 생활양식이 응축된 결과다. 도시화로 이러한 차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미각과 기억 속에는 여전히 고향의 사투리와 함께 훈둔의 향이 살아 있다. 그것은 어머니가 부뚜막 앞에서 밀가루 껍질에 향수를 싸 넣던 오래된 시간의 맛이다.
진항청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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