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클러스터 이론으로 본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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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클러스터 이론으로 본 대학과 지역의 상생 방정식

정철호 목원대 RISE(앵커)사업단장

  • 승인 2026-09-29 17:57
  • 신문게재 2026-09-30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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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목원대 RISE(앵커)사업단장
오늘날 대한민국 지방 도시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최대 과제는 '소멸'이라는 거대한 절벽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지자체와 대학은 저마다의 생존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주체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어렵다. 이제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가 제시한 '클러스터 이론(Cluster Theory)'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에 관련 기업, 대학, 연구소, 지자체 등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협력하고 소통할 때, 개별 주체의 역량을 넘어선 폭발적인 혁신과 경쟁력이 창출된다는 가르침이다.

클러스터가 지속 가능하게 작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 앵커(Anchor)는 바로 '대학'이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을 넘어, 클러스터 내부로 끊임없이 우수한 인적 자원을 공급하고 실용적 기술을 제공하는 '혁신의 발전소'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지산학(지자체·산업체·대학) 협력은 클러스터라는 유기적 결합체라기보다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일회성으로 뭉쳤다 흩어지는 파편적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은 상아탑 내의 학문에 안주하고, 기업은 인재 부족을 탓하며, 지자체는 인프라 조성에만 급급한 불완전한 클러스터였다.

이러한 한계를 깨부수고 클러스터 이론의 바람직한 결합을 현실로 증명하고 있는 사례로서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 최근 수행한 몇 가지 시도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리 대학은 고유의 문화예술·디자인적 역량에 첨단 기술을 결합하여, 지역의 문화와 산업 자원을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하는 '3D 실감콘텐츠 크리에이팅 프로그램'을 매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교수진과 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역의 실제 산업 현장과 즉각적으로 매칭하는 구조다. 대학이 실무 허브가 되어 지역 지자체 및 산업체들이 요구하는 맞춤형 입체 미디어 콘텐츠를 공급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AX(AI 전환) 시대에 최적화된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로 거듭난다. 대학 내 연구가 지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고스란히 직결되는 클러스터의 시너지 메커니즘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유기적인 클러스터 생태계의 결실은 지역 소공인과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증명된다. 대전의 인쇄소공인특화지원센터, 그리고 지역 인쇄 기업이 공동 추진한 '시제품 제작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대학의 디자인 전공 학생과 지역 기업이 손을 맞잡고 대전의 도시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인쇄 제품을 공동 제작했고, 이는 해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아시안 프린트 어워드(Asian Print Awards)' 수상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지자체의 인프라 지원, 기업의 제조 기술력, 대학의 청년 인재가 결합하면 지역의 전통 산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고부가가치 혁신 클러스터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입증해 낸 것이다.

더 나아가 매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지산학협력 성과확산 FESTA'는 이러한 클러스터의 에너지가 어떻게 지역 전체로 뻗어나가는지 보여주는 이정표다. 지자체, 공공기관, 가족기업, 그리고 대학 관계자가 대거 모여 현장의 혁신 성과를 나누는 모습은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가 강조한 '신뢰 기반의 상시적 네트워크' 그 자체다.

클러스터 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지역사회 협력은 시혜적인 예산 지원이나 단발성 행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자체는 행정적·재정적 플랫폼을 깔아주고, 기업은 현장의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대학은 끊임없이 혁신 자원을 수혈하는 '삼위일체의 생태계'가 상시 작동해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 추진한 실감콘텐츠 및 로컬 제품 디자인의 융합 실험은 대학이 클러스터의 진정한 앵커 기관으로서 어떻게 지역 산업의 부가가치를 견인할 수 있는지 확고한 해답을 보여준다. 대학과 지역이 함께 구축한 유기적 클러스터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소멸 위기의 지역사회를 살려낼 강력한 구원투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철호 목원대 RISE(앵커)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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