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사회, 주택연금의 질적 성장을 위한 ‘독립 상담사 제도’가 시급한 이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초고령사회, 주택연금의 질적 성장을 위한 ‘독립 상담사 제도’가 시급한 이유

김광년 주거금융경제연구소장(부동산학 박사)

  • 승인 2026-01-28 10:14
  • 수정 2026-02-09 10:48
  • 신문게재 2026-01-29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부동산
김광년 주거금융경제연구소장(부동산학 박사)
대한민국은 지금 '은퇴자의 집'에 갇혀 있다. 2026년 현재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층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묶인 '자산가 빈곤(Asset Rich, Cash Poor)'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전 아파트 단지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집값은 올랐지만, 통장에는 월 생활비조차 빠듯한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은 이제 선택을 넘어 노후 생존을 떠받치는 마지막 안전판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제도임에도 주택연금이 가입자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점이다. 겉으론 "집을 맡기고 매달 연금을 받는다"는 단순한 구조 같지만, 실제론 종신 대출이자 산정 방식, 주택가격 변동 리스크, 상속·증여세 문제, 가입 후 주거 이전의 제약 등 따져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며 수많은 가입 예정자와 가입자를 만나본 경험에 비춰보면, 고령층에 이 모든 변수를 스스로 계산해 최선의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연금 상담은 주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위촉한 상담사들이 맡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 분명한 기여를 해왔다. 필자가 은행 지점장으로 상담 현장을 지켜본 경험으로도 이들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구조적 한계는 명확하다. 상담사가 공급자인 공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상, 상품의 위험성보다는 장점 위주로 설명이 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사후에 집을 자식들이 물려받을 수 있느냐"는 민감한 질문일수록 상담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가입자의 개별 재무 상태에 맞춘 '중립적 조언'보다 '제도 홍보'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런 이해 상충 문제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일찍부터 이어져 왔다. 미국의 역모기지(HECM)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대출 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전문 상담 기관(HUD 승인)을 통한 상담을 거쳐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홍콩 역시 독립된 변호사가 가입자에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설명하는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다. 실적에 쫓기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소비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가정 대신,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문지기(gatekeeper)'를 세워 충분한 정보와 숙려 기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주택연금 시장은 지금 또 다른 변곡점에 서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지 않는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해, 하나은행이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이라는 민간 상품을 선보이며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주택연금이 공공 영역을 넘어 민간 금융 영역으로 본격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상품이 다양해지는 것은 반갑지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공적 연금과 민간 상품 중 어디가 유리한지, 지금 가입하는 것이 나은지 고령의 개인이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주택연금 제도도 '얼마나 많이 가입시키느냐'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가입시키느냐'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그 출발점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독립적 주택연금 상담사 제도'다. 특정 금융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가입자의 자산 구조와 부채, 가족 관계, 상속 계획, 세무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 객관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비용 분담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 주체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이다.

주택연금은 많은 어르신에게 평생 일군 보금자리이자, 삶의 자산을 정리하는 최후의 결단이다. 필자가 만난 한 70대 가입 예정자는 "나한테는 너무 큰 결정인데, 들을수록 더 헷갈린다"고 털어놓았다. 정보의 비대칭성 속에서 이런 선택이 잘못된 결과로 귀결된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질 수 있다. 고령자가 안심하고 집을 맡길 수 있도록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상담 시스템이라는 안전핀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의 양적 확대만큼이나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국가와 금융권의 시급한 과제다. /김광년 주거금융경제연구소장(부동산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범계, 6·3 지방선거 불출마… "통합 논의 멈춰, 책임 통감"
  2.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 입학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3. 박용갑, 택시운송법·조세특례 개정안 발의… 택시 상생 3법 완성
  4. 대전농협, '백설기데이' 홍보 캠페인 진행
  5. 금강환경청, 아산 인주산단에서 '찾아가는 환경관리' 상담창구 운영
  1. 천안법원, 안전난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와 회사 각 벌금 100만원
  2. 장기수 천안시장 예비후보, 'NOVA 엘리트 아카데미' 강연··· 지역 현안 놓고 대담 진행
  3. 이종담 천안시의원, 불당LH천년나무7단지 아파트 명칭 변경 간담회
  4. 천안법원, 음주 전동킥보드·과속 화물차 운전자 각 유죄
  5. 한기대 '다담 EMBA 최고경영자과정' 41기 출범

헤드라인 뉴스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르포]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런 원리로? KIOST 연구현장 가보니

방파제 테트라포드(tetrapod)는 어떤 기준으로 설치될까? 지난 12일 오후에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수리실험동에선 해양구조물과 장비 등을 설치·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속 당연시 여겨온 해양 구조물들의 설치 배경엔 수백번, 수천번 끈질긴 연구 끝 최적의 장비 규격을 찾아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의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내 4005㎡ 규모의 수리실험동은 파도나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2027학년도 충청권 의대정원 118명 증가…지역의사제에 단계적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충청권 7개 의과대학이 총 118명을 증원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이 늘어 각각 137명, 88명을 모집하고, 건양대와 순천향대 등 5개 사립 의대 역시 52명을 증원해 314명을 선발한다.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학년도~2031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2027학년도 지역 의대 32곳의 신입생 모집정원 증원 규모는 총 490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