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관북리 유적서 '백제 피리' 첫 확인… 1500년 잠든 ‘횡적’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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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 유적서 '백제 피리' 첫 확인… 1500년 잠든 ‘횡적’이 깨어나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사비백제 왕궁터' 조사 성과 발표
화장실 추정 구덩이에서 삼국시대 유일 실물 관악기 찾아
국내 단일 유적 최다 '목간 329점' 출토... 국가 운영 방식 담겨

  • 승인 2026-02-05 10:45
  • 수정 2026-02-05 17:17
  • 신문게재 2026-02-06 1면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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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북리 유적 발굴지 전경. (악기출토 수혈 19호, 목간출토배수로1호와 수혈19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소장 황인호)는 5일 오전 부여군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부여 관북리 유적 제16차 발굴조사 성과 공개회를 진행했다.

이번 공개회에서는 2024~2025년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들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알렸다.

부소산 남쪽의 넓고 평탄한 지대에 자리한 관북리 유적은 1982년부터 발굴조사가 이어져 온 곳으로 사비기 백제 왕궁의 핵심 공간으로 인식된다. 대형 전각건물과 수로, 도로, 대규모 대지 등이 확인되며 왕궁지의 실체를 밝혀온 대표 유적이다.

이번 16차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성과는 삼국시대 최초이자 유일한 실물 관악기, '백제 횡적(橫笛)'의 출토다. 백제 조당(朝堂) 건물 인근 직사각형 구덩이에서 발견된 이 횡적은 대나무로 제작됐으며, 네 개의 구멍이 일렬로 뚫린 가로 피리 형태다. 엑스레이 분석 결과 한쪽 끝이 막혀 있는 구조로 확인돼 기존에 알려진 세로 관악기와는 다른 가로 피리 계열 악기임이 입증됐다.

사진2_횡적이 출토된 구덩이
'횡적'이 출토된 구덩이.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백제 피리 '횡적' 출토 당시 모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특히 횡적이 출토된 구덩이에서 인체 기생충란이 함께 검출되면서, 해당 공간이 조당에 부속된 화장실 시설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왕궁 핵심 공간에서 악기가 발견됐다는 점은, 백제 궁중음악의 실제 사용 환경과 음악 문화를 실증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총 329점에 달하는 목간과 삭설이 출토됐다. 이는 국내 단일 유적 기준 최대 수량이자, 백제 사비기 초기 행정 실태를 보여주는 가장 이른 자료로 평가된다. 목간에는 '경신년(540년)', '계해년(543년)' 등 간지년이 기록돼 있어, 백제가 538년 사비로 천도한 직후의 국가 운영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사 기록, 재정 장부, 관등·관직 명칭이 적힌 목간과 함께, '상·전·중·하·후부'로 구성된 사비도성 중앙 행정 체계, '웅진·하서군', '나라·요비성' 등 지방 행정 단위를 보여주는 기록도 확인됐다. 이는 백제 중앙과 지방 행정이 재편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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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유물 엑스레이(X-ray·위) 사진과 재현품 모습.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또한 '입동', '인심초',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여겨졌던 '전(畑)'자가 적힌 목간 등은 백제의 선진 문화와 동아시아 교류의 깊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된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이번 성과는 약 1500년 전 백제의 행정 문서 체계와 음악 문화를 실물 자료로 확인한 매우 중요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사비기 백제사의 실체를 규명하고 연구 성과를 국민과 학계에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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