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극 3특 국가전략과 행정수도 세종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5극 3특 국가전략과 행정수도 세종

홍만표 세종시 해외협력단장(지역정책학 박사)

  • 승인 2026-02-23 09:48
  • 수정 2026-03-10 10:44
  • 신문게재 2026-02-2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KakaoTalk_20260223_105049927
홍만표 세종시 해외협력단장(지역정책학 박사)
한국은 현재 국가발전 모델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5극 3특대)를 축으로 한 다극형 국가성장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정책이 아니라, 정책·예산·거버넌스를 광역권 단위로 연계·조정해 지역 스스로가 성장의 주체가 되는 국가운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2025년 9월 30일 첫 본회의에서 5극 3특대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액션플랜)」를 의결했다.

이 설계도는 '지역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는 기본 이념 아래, 중앙집권적·부처 칸막이식 정책에서 벗어나 광역권 단위로 통합 설계·집행하는 국가 구조로의 전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다극 국가구상 속에서 세종시의 위치는 본질적으로 특별하다. 5극 3특이 각각 지역 성장의 거점이라면, 세종은 이들 거점을 통합·조정하며 국가 전체의 행정운영을 담당하는 행정수도로 기능해야 할 존재다. 즉, 세종은 다극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 통치의 중추로서 별격(別格)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이 보여주듯, 행정 기능의 이전만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할 수 없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이동한 인구는 10여 년간 약 6만 2000명에 불과했으며, 그 대부분은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공무원과 그 가족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인구는 약 85만 명 증가했다.

이 현실은 국가의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 즉 입법권력이 움직이지 않으면 사람도 자본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것이 양원제(이원제) 도입이다. 현재의 단원제 국회는 인구 규모와 다수결 원리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어, 지역 간 구조적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시정할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5극 3특이라는 다극 국가구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입법권력 자체를 이층화해 보다 신중하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양원제는 선진국형 국가운영의 표준적 제도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중의원과 참의원, 미국은 하원과 상원, 영국은 하원과 상원(귀족원)을 통해 서로 다른 대표 원리와 기능 분담 아래 입법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공통적인 특징은, 단순한 다수결에 제동을 걸고 지역성, 장기적 국가 이익,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이 확정된 지금이야말로, 서울 여의도 국회를 상원으로, 세종의사당을 하원으로 위치 짓는 양원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상원은 헌법적 가치, 국가제도, 외교·안보 등 장기 국가전략을 담당하고, 하원은 지역 대표성을 중심으로 5극 3특대 각 권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생활 현실을 입법에 반영한다. 이러한 구조는 행정수도 세종을 명실상부하게 완성하는 동시에, 다극 국가운영을 제도적으로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도 전환이 결코 성급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수도의 완성, 양원제 도입, 그리고 서울과 세종의 기능적 이원화는 헌법 질서의 근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반드시 국민적 논의와 의견 수렴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일본·미국·영국을 비롯한 선진 민주국가들 역시 통치 구조 개혁은 언제나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

5극 3특에 기반한 다극 국가구상은 단순한 지방분산 정책이 아니다. 이는 행정수도 세종을 중심축으로 입법·행정·통치 구조를 재설계하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이며, 양원제와 행정수도를 축으로 한 헌법개혁은 그 제도적 완성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적 지방분권이 아니라, 선진국에 걸맞은 국가운영 시스템으로의 진화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서울과 세종을 두 축으로 하는 통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한국이 진정한 다극·성숙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종시 해외협력단장(지역정책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둔산 상권 촉각…백화점 유지 변수
  2.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고용 불안…노조 “안정 보장하라”
  3.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4. 행정수도 온통대전 충청 밥상머리 민심 관통 전망
  5. 최재근 일자리진흥원장과 전용석 대전신보재단 이사장 각각 임명
  1. 대전시 지역 첫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AX 클러스터' 시정동력 탄력
  2. 천리포수목원, 꽃무릇 개화 시작…추석 절정 맞아
  3. 한화, 1R서 설악고 민주홍 지명…학교 첫 1라운더
  4. 허태정 "트램 흔들림 없이 추진" 정상 추진의지 밝혀
  5. 충남 천안·아산 7개 산업단지,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 지정

헤드라인 뉴스


전국 유일 `식물의회` 대덕구의회 의장 선출 또 무산

전국 유일 '식물의회' 대덕구의회 의장 선출 또 무산

석 달째 '감투 싸움'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대전 대덕구의회가 21일 임시회를 열고 다시 의장 선출에 나섰으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전국 227개 기초의회 가운데 아직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은 대덕구의회가 유일하다. 민생 현안은 뒷전인 채 의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주민들이 의회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1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덕구의회는 이날 오전 제295회 임시회를 열고 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으나 단독 후보로 등록한 서미경..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50조 원을 목전에 둔 대전 예금은행 저축성예금 수신 잔액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를 3% 중반까지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 같은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올린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4%에서 3.5%로 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지자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산·바이오·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력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권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전망과 무탄소 전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전력 공급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이 AI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집중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전력공급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