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집의 재구성 '센티멘탈 밸류'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집의 재구성 '센티멘탈 밸류'

  • 승인 2026-03-19 16:55
  • 신문게재 2026-03-20 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318_134734836
영화 '센티멘탈 밸류' 포스터.
오랜만에 아버지가 집에 왔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뒤 손님들을 대접하는 자리입니다. 영화감독인 그는 오래전 어머니와 결별하고 자식들과도 떨어져 지냈습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위로의 말도 없이 새로 만들 영화 이야기만 꺼냅니다. 듣는 딸들이 좋을 리 없습니다.

작년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집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건물로서의 집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소유권이 아버지에게 있어 딸들에게 상속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더 깊은 차원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곧 집입니다. 주인공 노라의 어릴 적 글에서 의인화된 집은 사람들이 여럿 있을 때 집다운 곳임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떠나고 텅 빈 집은 쓸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층 더 깊은 층위로서의 집은 사람들의 추억과 역사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할머니 대로부터 이어져 온 건물로서의 집은 켜켜이 쌓인 사연과 아픔과 내력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집과 관련된 오래된 상처와 아픔을 아버지의 신작 영화로 재현해 낸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토록 미웠지만 아버지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큰딸과 작은딸의 아들이 모자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영화 속 모자가 그려내는 것은 바로 감독인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2차 대전 당시 겪은 일의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손녀딸의 연기로 표현됩니다. 딸들은 아버지의 아픔을 비로소 이해합니다. 비록 실제로 아버지는 한 번도 자신의 심정이나 지나간 이야기를 한 일이 없지만 작품 속 대사를 통해 가족들을 향한 미안함이 절절히 드러납니다.

영화는 종종 시퀀스가 짧은 암전을 통해 단절됩니다. 현재적 삶의 불연속적인 면을 강조합니다. 관계도, 일도, 인물의 감정이나 내면도 내내 연속적일 수만은 없음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이미 지나가 버렸고, 단절된 것 같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속적으로 드러냅니다. 아버지의 신작 영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렇게 재구성되는 집의 스토리를 통해 영화는 저마다의 길을 향해 내닫던 가족들에게 성찰과 의미 발견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영화 속 인물들만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의 극대화된 개인적 가치 이면에 여전히 중요하고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에 대해 관객들 역시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2.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3. 통합신청서 부결 충남대, 주요 보직 인선…조직 안정화 ‘속도’
  4. 세종시로 '국가기관' 이전… 수도권 문제 해법으로 유효
  5. "박군·나태주와 함께 노래 한마당", 해미읍성축제 흥겨움 더한다
  1. [22대 첫 국감] 충청 하계U대회·행정수도 완성 강하게 어필
  2.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3. "지천댐 건립 지자체 결정권 없어" 선 그은 박수현 지사…주민들 사이 찬반 대립 지속
  4. 체육중·고 없는 '세종시', 국립체육영재학교 유치 절실
  5. 서산시, 지역 곳곳에서 헌신한 시민들에게 감사 표창

헤드라인 뉴스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번역하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대다. 몇 줄의 질문만 입력하면 보고서는 물론 시와 소설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한국어도 예외가 아니다. AI활용이 늘어나면서, AI가 한국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밥 먹었어?"라는 표현에 대해 AI는 이를 단순히 식사 여부를 묻는 질문으로 설명하면서도 "한국어에서는 실제로 식사했는지를 확인하는 의미뿐 아니라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인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최근 5년 건설현장 사망자 1220명… 절반 이상이 `추락사`
최근 5년 건설현장 사망자 1220명… 절반 이상이 '추락사'

최근 5년여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추락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건설현장 사망자는 총 122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추락사고 사망자는 642명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건설현장 사망자 2명 중 1명 이상이 추락사고로 숨진 셈이다. 전체 건설현장 사망자는 2021년 272명에서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2024년 209명, 2025년 199명으로 줄었다. 연도별 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3000석 증축 추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3000석 증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