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집의 재구성 '센티멘탈 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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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집의 재구성 '센티멘탈 밸류'

  • 승인 2026-03-19 16:55
  • 신문게재 2026-03-20 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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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센티멘탈 밸류' 포스터.
오랜만에 아버지가 집에 왔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뒤 손님들을 대접하는 자리입니다. 영화감독인 그는 오래전 어머니와 결별하고 자식들과도 떨어져 지냈습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위로의 말도 없이 새로 만들 영화 이야기만 꺼냅니다. 듣는 딸들이 좋을 리 없습니다.

작년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집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건물로서의 집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소유권이 아버지에게 있어 딸들에게 상속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더 깊은 차원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곧 집입니다. 주인공 노라의 어릴 적 글에서 의인화된 집은 사람들이 여럿 있을 때 집다운 곳임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떠나고 텅 빈 집은 쓸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층 더 깊은 층위로서의 집은 사람들의 추억과 역사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할머니 대로부터 이어져 온 건물로서의 집은 켜켜이 쌓인 사연과 아픔과 내력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집과 관련된 오래된 상처와 아픔을 아버지의 신작 영화로 재현해 낸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토록 미웠지만 아버지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큰딸과 작은딸의 아들이 모자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영화 속 모자가 그려내는 것은 바로 감독인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2차 대전 당시 겪은 일의 트라우마로 힘들어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손녀딸의 연기로 표현됩니다. 딸들은 아버지의 아픔을 비로소 이해합니다. 비록 실제로 아버지는 한 번도 자신의 심정이나 지나간 이야기를 한 일이 없지만 작품 속 대사를 통해 가족들을 향한 미안함이 절절히 드러납니다.

영화는 종종 시퀀스가 짧은 암전을 통해 단절됩니다. 현재적 삶의 불연속적인 면을 강조합니다. 관계도, 일도, 인물의 감정이나 내면도 내내 연속적일 수만은 없음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이미 지나가 버렸고, 단절된 것 같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속적으로 드러냅니다. 아버지의 신작 영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렇게 재구성되는 집의 스토리를 통해 영화는 저마다의 길을 향해 내닫던 가족들에게 성찰과 의미 발견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영화 속 인물들만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의 극대화된 개인적 가치 이면에 여전히 중요하고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에 대해 관객들 역시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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