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야, 네가 알고리즘이면 인간은 ‘알고 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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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AI야, 네가 알고리즘이면 인간은 ‘알고 있음’이야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 승인 2026-03-24 16:04
  • 신문게재 2026-03-25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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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연 처장
약 7만 년 전,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의 독보적인 '이야기꾼'이 되었을까. 그들은 약했지만 특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고, 서로의 마음을 엮어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인류의 여정은 이제 '두 번째 사유의 탄생'이라 불릴 만한 거대한 문턱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단순히 편리한 도구의 탄생 차원을 넘어, 사피엔스만이 가졌던 지능과 결정권을 기계에게 넘겨줄 수도 있는 유례없는 전환점을 예고한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과 안목, 그리고 내일의 삶까지 대신 선택하고 판단하는 이 경계선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이 시작된다.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일찍이 '모라벡의 역설'을 통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예견했다. 컴퓨터에게 미적분 같은 논리 연산은 식은 죽 먹기지만, 인간에는 너무나 당연한 걷기나 표정 읽기는 기계에게 난공불락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AI는 순식간의 데이터 연산을 통해 '사과'라는 단어 뒤에 올 최적의 문장을 확률적으로 계산해낸다. 하지만 AI는 결코 알 수 없다. 사과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때의 아삭함과 향기, 그리고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느꼈던 우주의 경이로움을 말이다. 알고리즘은 패턴을 정교하게 제공하지만, 그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기계의 '알고리즘'과 인간의 '알고 있음'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7만 년 전 사피엔스가 사자 발자국을 보고 '생존의 위협'을 읽어냈듯, 인간의 앎은 데이터 너머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알고리즘이 '어떻게'를 계산할 때, 그 결과가 '왜' 중요한지 판단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답을 주는 편리함의 시대일수록, 외부의 정답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편안함에 도달하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알고리즘이 빛의 속도로 정답을 내놓을 때, 우리는 멈춰 서서 의심하고 분별하며 그 너머의 가치를 물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은 더 이상 고고한 지적인 사치가 아니다. 거대한 알고리즘의 파도 위에서 휩쓸리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게 해줄 생명의 구명조끼와 같다. AI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AI라는 준엄한 거울은 우리에게 항상 묻는다.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그 불편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우리가 비로소 '알고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다.

이제 우리 사피엔스는 알고리즘의 파편을 넘어, 지식의 본질을 온몸으로 체화하는 '호모 알고 있음'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는 정답을 검색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삶의 맥락 속에서 지식의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는 주체를 뜻한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은 학습의 벽을 물리적 교실의 경계를 넘어,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사유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과 같은 열린 학습 환경에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이곳은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통로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내놓은 정보에 인간의 철학과 가치를 입혀 '진짜 앎'으로 승화시키는 현대적인 사유의 연마장이다.

온라인 학습 환경은 학습의 주도권을 학습자에게 돌려준다. 스스로 질문하고, 비교하고, 해석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알고 있음'을 단련하는 훈련이 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답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답의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재생산하는 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7만 년 전의 사피엔스가 생존을 위해 도구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기계인 AI를 만들어냈다. AI는 거친 바다를 건너는 데 유용한 노잡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방향을 잃는 순간, 인간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존재'로 머무를 뿐이다. AI는 노를 젓는다. 그러나 항로를 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AI야, 네가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 해도, 삶의 맥락과 의미를 알고 있는 주체는 끝내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사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하려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알고 있는' 인간으로 남는다.

AI야, 네가 알고리즘이면 인간은 '알고 있음'이다.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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