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다문화 학생의 꿈을 잇는 '사회적 학부모'가 필요한 이유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다문화 학생의 꿈을 잇는 '사회적 학부모'가 필요한 이유

이성순(목원대 교수·한국다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6-05-12 13:31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이성순
이성순(목원대 교수·한국다문화연구원장)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우리 지역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이번에 선발된 장학생은 초등학생 7명과 중학생 2명 등 총 9명이다. 장학증서를 가슴에 품은 아이들과 그 곁에서 대견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복잡한 표정으로 자녀의 어깨를 토닥이는 학부모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어떤 '내일'을 약속하고 준비해야 할지 다시금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되었다.

이날 행사장은 단순히 장학금을 전달하는 공간 그 이상이었다. 생계를 위해 일터에서 분투하다 반차를 내고 황급히 달려온 한부모 결혼이민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참석한 지체장애 학부모,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대견한 시선을 떼지 못하던 학부모까지 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다문화가족의 현주소이자, 우리가 보듬어야 할 생생한 삶의 기록이었다.

2025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약 502만 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20만 2,208명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대전 지역 역시 전체 학생 15만 800명 중 다문화 학생은 3,838명(초 2,413명, 중 908명, 고 517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다문화 학생의 수와 비중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통해 질적인 변화로도 확인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착의 장기화'인데 국내 거주 기간이 15년 이상인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비중은 52.6%에 달해 3년 전(39.9%)보다 12.7%p 급증한 점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른바 '다문화 2세'들의 학업 성취다. 이번 조사에서 다문화 자녀의 고등교육기관(대학) 취학률은 61.9%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40.5%) 대비 무려 21.4%p나 비약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전체 국민 대학 취학률과의 격차도 3년 사이 31.0%p에서 13.0%p로 대폭 줄어들었다. 부모의 헌신과 사회적 지원으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통계 수치만으로 이들의 삶이 완전히 안정되었다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장학생 발굴 과정에서도 그 차가운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연구원의 장학금 지급 요건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대상자를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다문화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300만 원 이상 가구가 65.8%로 증가하며 외형적인 경제 지표는 개선되었다. 하지만 근로 직종 중 단순노무직 비중이 39.0%로 여전히 높고, 한부모 다문화가족이나 장애가 있는 가구의 경우 경제적 고립과 빈곤 위험은 일반 가구보다 훨씬 심각하다. 연구원이 사각지대의 학생들을 찾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하며 홍보한 끝에야 생계급여 수령 가정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양한 '사다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19년 도입된 교육부의 '복권기금 꿈사다리 장학금'이 있다. 2024년부터는 '꿈 장학금'과 '다문화 장학금'으로 세분화되어, 요건을 충족할 경우 대학 졸업까지 매월 학업 장학금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2012년부터 매년 1천여 명의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명인다문화장학재단 역시 2023년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전국 단위의 혜택이 지방 학생들에게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25년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신청 현황을 보면, 총 모집인원 1,000명 중 대전 거주 신청자는 10여명(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모집 기관의 홍보 부족문제라기 보다는 대상자들의 정보 격차, 그리고 학교-교육청-지역사회를 잇는 촘촘한 안전망과 시민의 관심 부재에 기인한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진로 정보 부족'과 '학업 지원 필요성'으로 나타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부가 교육복지 우선 대상자를 지정하고 발굴하듯, 우리 지역사회도 다층적 어려움에 노출된 다문화 학생에게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시에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지역 자원을 촘촘하게 연계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가정의 달, 장학증서를 받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주어야 할 것은 "너희 뒤에는 우리 사회라는 든든한 부모가 있다"라는 신뢰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가정 환경과 배경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이들의 꿈에 투자하는 '사회적 학부모'가 우리 곁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건너는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손길, 그것이 인구 절벽의 시대를 건너는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가장 따뜻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성순(목원대 교수·한국다문화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차공공기관 이전... 지방선거 민심 흔들까
  2. 행정수도 품격의 세종 마라톤, ‘제1회 모두 런' 6월 13일 열린다
  3. '몇 년째 풀만 무성' 대덕특구 재창조 핵심과제 '융합연구혁신센터' 착공 언제?
  4.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대전'… 선거열기 고조
  5.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허태정 "이재명 정부와 원팀…지방주도 성장시대 실현”
  1. 선거 때마다 ‘청년 프렌들리’…여야 생색내기용 비판
  2. [앵커 人] 우승한 한밭대 라이즈사업단장 "학생성장 중심 개편… AI 기반 추적 시스템 도입"
  3. [지선 후보 인터뷰-대전시장] 이장우 “말 아닌 성과로 증명…위대한 대전 완성 전력"
  4. [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5. 대전·충남 주말 내내 계속된 화재… 건조한 봄철 화재 주의보

헤드라인 뉴스


대전 `AI 준비도` 전국 2위…"충청권 AI 역량 거점 돼야"

대전 'AI 준비도' 전국 2위…"충청권 AI 역량 거점 돼야"

대전이 인공지능(AI) 산업 역량과 준비도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AI 산업은 향후 지역 간 성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대전의 AI 경쟁력을 충청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경제조사팀이 11일 발표한 'AI 역량과 지역 경제성장, 대전세종충남지역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역별 AI 활용 여건과 산업별 AI 영향 가능성을 각각 'AI 준비도'와 'AI 노출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대전은 비수도권 중에서 AI 준비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실습인 줄 알았는데…`, 사회복지 실습생들 `정치행사 동원` 일파만파
'실습인 줄 알았는데…', 사회복지 실습생들 '정치행사 동원' 일파만파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현장 경험을 쌓으러 나선 대학생들이 본래 취지와는 무관한 정치 행사의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일파만파 파문이 일고 있다.<본보 5월 12일자 15면 보도, 인터넷 11일 보도> 당진S대학교 사회복지 현장 실습이 당진비상행동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학생들의 학점과 자격증 취득을 인질로 잡은 '갑질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습생들은 본인들의 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대신 타의에 의해 정치인의 공약을 듣고 손을 흔들거나 피켓을 들어야 하는 '병풍' 역할을 억지로 수행해야 했다. 이렇듯 학생들이 불합..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술 한잔 하자"는 이제 옛말… 대전 호프주점 500곳 붕괴 코앞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퍼지며 문을 닫는 호프집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술 한잔하자'라는 인사가 '밥 한 끼 하자'란 인사와 같던 이전과는 달리, 코로나 19로 모임이 줄어들고,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에 따른 음주율 하락이 곧 술집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전 호프 주점 사업자 수는 3월 기준 512곳으로, 1년 전(572곳)보다 60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3월 당시 1016곳으로 골목 주요 상권마다 밀집했던 호프 주점 수는 이듬해인 2020년 3월 888곳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대전시장 허태정 후보 선대위 참석, 이장우 후보 문화산업 정책 발표

  •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공용자전거 타슈에 시민들 통행 ‘불편’

  •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7년 만에 재개된 선양계족산맨발축제…‘황톳길의 매력에 빠지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