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과거의 기록에서 내일의 안전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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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과거의 기록에서 내일의 안전을 읽다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6-05-26 17:38
  • 신문게재 2026-05-2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미선 대전기상청장
이미선 기상청장
계절의 여왕 5월, 산천이 푸르러지는 이 시기에 기상청은 여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다가올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대비해 지나온 하늘의 궤적을 꼼꼼히 되짚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상청 날씨누리와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공개하는 관측데이터들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위험을 과학적으로 알리고 대비하도록 돕는 지침서로, 관측기록들은 내일의 안전을 좌우하는 이정표가 된다.

우리는 흔히 '역대급 폭우', '역대급 폭염'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역대급이라는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정밀한 관측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상관측 데이터를 살펴보면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으며, 특히 최근의 기록들은 과거의 경험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보면, 1998년 8월 6일 인천 강화의 123.5㎜와 1999년 9월 10일 충남 부여의 116㎜ 같은 과거 기록들 사이로 최근의 데이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9월 7일 전북 군산에서는 152.2㎜라는 엄청난 수치가 기록되었고, 7월 17일 충남 서산에서는 114.9㎜의 물 폭탄이 쏟아져 극값 1위를 경신하였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한 달 치 비가 쏟아지는 극한의 호우는 이제 예외적 현상이 아닌 우리가 대비해야 할 실존적 위협이 되었다.

우리나라 113년(1912~2024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의 강수 극한기후지수 변화를 살펴보면 1시간최다강수량 50㎜ 이상일수는 지난 113년간 매 10년당 +0.04일 증가로 증가 추세가 뚜렷하고 특히, 1990년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일 최다강수량도 지난 113년간 매 10년당 2.09㎜ 증가로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숫자는 우리가 알던 일상적인 여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증언한다.

기억되지 않는 비극은 반복되지만, 기록된 데이터는 우리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호우 순위와 강수 패턴 분석 자료는 방재 관계기관이 댐의 수위를 조절하고, 지자체가 하수관거의 용량을 설계하며, 소방대원들이 취약 지역의 대피로를 점검하는 데에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기록이 정교해질수록 우리 사회를 지키는 방패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측기록이 국민 개개인에게 전달되어 실천적 지식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최근 극한 강수가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이번 예보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시민들의 자각이야말로 재난 대응의 시작점이다. 기상청이 어려운 행정 용어를 배제하고 인포그래픽과 쉬운 표현으로 관측기록을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기상청은 기상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여 위험기상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호우의 위험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대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일 경우 발송된다. 더불어 기상청은 최근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반복됨에 따라 올해, 기존 호우 긴급재난문자보다 한 단계 높은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추진 중이다.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이 85㎜ 이상이면서 15분 강수량이 25㎜이거나, 1시간 강수량이 100㎜ 이상일 경우 발송된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나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받으면, 그 즉시 안전한 고지대 또는 대피시설로 이동하고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등에는 출입을 삼가야 한다.

하늘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관측기록은 내일의 위험을 내다보고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정확도 높은 기상관측을 수행하고, 관측기록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하며,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다가올 여름, 기상청은 촘촘한 관측망과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상재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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