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랑 끝에 선 지역건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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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벼랑 끝에 선 지역건설산업

최길학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시회 회장

  • 승인 2026-08-11 15:55
  • 신문게재 2026-08-12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최길학
최길학 대한건설협회 충남·세종시회 회장.
최근 지역 곳곳의 건설현장을 찾을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한때 지역경제의 활력을 상징하던 현장에는 한숨이 늘었고, 지역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침체가 아니다. 지역건설산업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총체적 위기이며, 나아가 지역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건설산업은 흔히 경기를 반영하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도로와 교량, 산업단지와 공공시설, 주택과 생활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자재·장비·운송·서비스업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건설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성장한다. 반대로 건설산업이 위축되면 그 여파는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현재 지역건설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시장 위축, 공사비 급등, 지방 미분양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들어 건설업체 폐업은 급증하고 있으며 건설 일자리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건설 일자리는 9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활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충남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남은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나타나고 있으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신규 사업 감소로 이어지고, 신규 사업 감소는 다시 건설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를 초래한다. 결국 지역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건설산업의 위기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산업은 지역경제의 기반산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충남 건설업 생산액은 8조 원이 넘고 지역내총생산(GRDP)의 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또한 수만 명의 도민이 건설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이 흔들린다는 것은 지역 일자리와 지역 상권, 나아가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적정공사비 확보가 시급하다. 최근 수년간 자재비와 인건비, 장비비는 크게 상승했지만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기업은 수익을 내기 어렵고, 이는 품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공사비는 건설업계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공공시설물의 품질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적정공기의 확보도 중요하다. 무리한 공기 단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부실시공의 원인이 된다. 최근 빈번해진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까지 고려한다면 현실에 맞는 공사기간 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전과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을 위해 적정공기 확보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업체 참여 확대와 지역의무공동도급 활성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지역에서 발주되는 공사가 지역업체의 성장과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돼야 한다. 지역건설업체가 살아야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건설산업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산업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짓는 산업이며,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지금 그 버팀목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건설산업의 위기를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지역경제 침체와 일자리 감소, 지방소멸이라는 더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

위기는 분명 깊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과 건설업계가 힘을 모은다면 지역건설산업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건설현장의 불이 다시 밝아질 때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지역건설산업을 살리는 일은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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