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화성시 산업안전지킴이, 23억원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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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화성시 산업안전지킴이, 23억원의 성적표

5천여 사업장 점검·1만5천건 위험요인 개선 요구
"사망사고 50% 감소" 화성시 주장, 공식 통계와 교차검증 필요

  • 승인 2026-09-02 17:23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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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노사민정 공동선언식 공동실천 의지 다져 (사진=화성시 제공)
화성특례시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올해 23억3,500만 원을 투입해 산업 안전 전문가 50명을 현장에 배치해 연간 8,000개 사업장을 점검한다.

이번 점검은 2024년 아리셀 화재 참사 사건을 계기로, 시는 사고 이후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산업 안전 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다. 2025년 첫해 5,075개 사업장을 점검에 이어 올해 인력과 점검 규모를 모두 확대했다.

지난해 5,075개 사업장에서 1만5,228건의 위험요인 개선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1만1,678건을 조치해 화성시가 발표한 개선율은 약 77%다.

시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점검기업에서는 현재까지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화성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52명에서 27명으로 약 50% 감소했다고 시의회에서 설명했다.

특히 23억3,500만 원을 투입한 화성시 산업 안전 정책은 실제 산업현장을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었는지 이다.

이번 노사민정 공동선언의 '사고 Zero'가 구호를 넘어 정책 성과가 되려면 바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 23억원, 어디에 투입됐나

화성시가 올해 편성한 산업안전지킴이 사업 예산은 23억3,500만원이다.

화성시의회 예산 심의자료를 보면 해당 사업은 '안전점검 및 컨설팅을 통한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편성됐다. 2026년 노사협력과 전체 예산 121억5,500만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도 확대됐다. 2025년 30명이던 산업안전지킴이는 올해 50명으로 늘었다. 점검 목표 역시 연간 5,130개소에서 8,000개소로 확대됐다.

시는 2028년까지 관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을 전수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화성시 제조업 사업장 2만5,624곳 가운데 2만5,019곳이 50인 미만으로, 약 97%를 차지하고 있다.

화성의 산업안전 정책은 대기업이 아니라 수만 곳에 달하는 소규모 제조업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 첫해 성적표…5천곳에서 1만5천건 위험 발견

첫해 실적만 보면 산업안전지킴이의 현장 접근성은 상당하다.

2025년 5,075개 사업장을 방문해 1만5,228건의 위험요인 개선을 요청했고, 1만1,678건을 조치했다.

단순 계산으로 77%가량이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탐사보도에서 '77%'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남은 약 3,550건은 무엇이었는가. 위험도가 낮은 경미한 사항이었는가, 아니면 비용이 많이 드는 설비 개선이었는가. 사업주가 개선을 거부했는가. 개선 기간이 필요했는가. 행정기관이 이후 재점검을 했는가. 현재는 모두 조치됐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77% 개선'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산업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견 건수나 개선률이 아니라 실제 위험이 제거됐느냐이기 때문이다.

'개선 완료'와 '사고 예방'은 같은 말이 아니다 산업 안전 지킴이가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사업주가 이를 개선해 그 자체는 긍정적인 행정 성과다.

그러나 그것이 곧 사고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 효과를 확인하려면 최소한 세 단계의 자료가 필요하다.

첫째, 점검 전 사고 발생 수준. 둘째, 점검 이후 사고 발생 수준. 셋째, 점검을 받지 않은 사업장과의 비교다.

예컨대 5,075개 점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같은 기간 미점검 사업장에서 사고가 크게 줄었다면 산업안전지킴이만의 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을 선별해 점검했고 그 사업장에서 사고가 크게 감소했다면 정책 효과는 훨씬 강하게 입증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 비교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화성시가 다음 단계에서 만들어야 할 통계가 바로 '점검사업장 대 미점검사업장 비교 데이터'다.

■ "사망사고 52명→27명"…가장 중요한 검증 대상

화성시가 제시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감소 수치다.

화성시 관계자는 7월 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에서 화성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52명에서 27명으로 약 5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점검한 기업에서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치가 동일한 기준으로 산출됐다면 상당한 성과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조건이 있다.

■ 52명과 27명 어떤 통계인가.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인지, 중대산업재해인지, 화성시가 별도로 집계한 사망사고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비교기간도 중요하다. 어느 연도와 어느 연도를 비교했는지, 화성시 관내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는지, 제조업만 포함했는지, 사업장 규모를 어떻게 구분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기준이 정부 통계와 다르다면 '50% 감소'라는 표현은 정책 성과를 설명하는 참고자료일 수는 있어도 정부 공식 통계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화성시가 발표한 52명→27명은 고용노동부 공식 통계에서도 같은 감소폭으로 확인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이 화성시 산업안전 정책의 성적표를 좌우할 수 있다.

■ 정부 통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현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를 보면 전체 사고사망자는 605명으로 전년보다 16명, 2.7% 증가했다. 다만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158명으로 전년보다 17명, 9.7% 감소했다.

문제는 사업장 규모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351명으로 전년보다 12명 증가했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174명으로 22명, 14.5% 증가했다.

이는 화성시 정책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시가 집중하고 있는 곳 역시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체다.

그러나 전국 통계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사고사망자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격차가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화성시의 정책 성과를 평가할 때도 단순히 전체 사망사고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50인 미만 제조업에서 사고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별도로 봐야 한다.

화성의 정책은 중앙정부도 주목했다 화성시 산업안전지킴이 사업이 단순한 지방정부 사업을 넘어 중앙정부의 관심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김영훈 장관이 정명근 시장 및 산업안전지킴이들과 함께 화성의 금속제품 제조공장을 불시점검했다.

고용노동부는 화성시가 2024년 아리셀 화재사고를 계기로 2025년부터 산업안전지킴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화재·유해물질·설비 방호조치 등을 점검하고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고용노동부가 화성시 사례를 지방정부 차원의 중대재해 예방 모델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각지대 해소사업'을 신설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편 화성의 산업안전지킴이는 정책 실험으로서 의미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책 모델로 주목받는 것과 실제 효과가 입증된 것은 다른 문제다. 화성=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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