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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물건의 방치는 곧 분실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당연한 사고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CCTV가 작동하고, 강력한 법적 처벌이 따르는 것으로 해답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타인의 눈을 피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공간에서도 자율적 도덕성이 지켜지는 진짜 이유는 개개인이 서로의 물건을 묵인하에 지켜주는 '무언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신의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인의 이러한 정신적 원형은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 찾을 수 있다.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국조(國祖)로 여겨지는 단군에 관한 시조 신화로, 『삼국유사』 등 여러 고문헌에 전해진다.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은 국경일인 '개천절(開天節; 하늘이 열린 날)'로 제정해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고 있다.
옛 기록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환인(桓因)은 서자 환웅(桓雄)이 하늘 아래 인간 세상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 태백산 주변이 나라를 세워 다스릴만한 곳으로 여겨 땅으로 보내 주었다. 환웅은 바람, 비, 구름을 다스리는 세 명의 신하와 3000여 명의 무리를 이끌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와 사람이 되기를 간청했다. 환웅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곰과 호랑이는 동굴로 들어가 쑥과 마늘만 먹으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중도에 뛰쳐나갔으나, 곰은 잘 견뎌내 약속대로 여자로 변했다. 여자가 된 곰은 환웅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는데, 이 사람이 바로 단군이다.
단군신화는 신성한 내용을 담고 있어 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다른 지역에서 옮겨 와 고조선에 정착한 환웅의 부족이 청동기를 고조선에 전해준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고조선은 농사를 중요시했으며, 곰을 섬기는 이웃 부족이 고조선과 교류하며 힘을 합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단군신화에서 쑥과 마늘은 고난을 상징하는데, 호랑이가 중간에 환웅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호랑이를 섬기는 부족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환웅의 부족과 마찰이 있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주인 없는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은 한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켜켜이 쌓아온 상호 신뢰가 구현된 상징이라 말할 수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예측성이 희박해질수록 법과 규제로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발현한다. 공동체적 신의는 앞선 기술, 강력한 법과 제도만큼이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2026년 10월 3일, 제4358주년 개천절을 맞아 한민족만의 자랑스러운 자산을 소중히 어루만져 본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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