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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민정 청양 수정초 교사. |
교직에 들어선 지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나름대로 학생들의 마음과 행동을 깊이 이해하는 교사라고 자부했다. 학부모 상담 자리에서도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있다고 믿었다. 학생들을 아끼는 내 마음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규 교사 시절, 한 선배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당시 1학년 자녀를 두고 있던 그 선배님은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후 이전과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헝클어진 머리로 등교한 아이의 머리를 정성스레 묶어주고, 아침을 못 먹고 온 아이에게 직접 사과를 깎아 먹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교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자꾸만 자기 아이의 모습이 투영돼 그냥 지나칠 수 없노라 하셨다. "아이를 직접 낳고 키워보면 교실의 아이들이 전혀 다르게 보여." 그때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연 그렇게까지 차이가 날까?' 싶었다.
하지만 딸과 아들을 직접 낳아 키우며 부모가 돼보니, 선배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교실 안 아이들이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를 친 학생에게는 '왜 그랬을까'라는 질책보다 '무슨 마음이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먼저 섰다. 공부가 더딘 아이에게는 평가지의 숫자보다 애쓴 시간이 보였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집에 돌아가 속상해할 부모의 마음이 떠올라 가슴이 아렸다. 신이 난 아이의 미소에서는 우리 집 남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잘못을 묵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가르쳐야 할 것은 엄격히 가르치되, 행동 하나로 아이라는 존재 전체를 판단하지 않는 품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자녀가 없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덜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사의 전문성과 사랑이 부모가 돼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첫째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보니 또다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내 아이가 앉을 교실 의자, 내 아이가 마주할 선생님을 떠올려보니, 이제는 학부모님들의 기대와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요즘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들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따뜻하게 잘 품어주겠지'라는 기본적 신뢰를 바탕으로 학교를 바라보셨다. 하지만 지금은 '혹시 내 아이가 상처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과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더 많아진 듯해 씁쓸하다. 그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학교 안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다.
내가 교단에서 만난 수많은 동료들은 언제나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도울까, 더 좋은 수업을 할까, 내 시간과 품을 더 내어주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퇴근 후에도 수업 자료를 고치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신의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었다.
공주교육대학교부설초에서 예비 교사인 교생들을 지도했을 때도 같은 마음을 보았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몇 번씩 지도안과 수업자료를 다듬고, 학생들과 친해지려 진심으로 다가가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던 그 빛나는 눈빛들. 지금 교단에 서 있는 모든 선생님들 역시 그 시절 그 빛나는 눈빛으로 교실 문을 열었던 이들이다.
선생님도 결국 한 사람의 인간이다. 아이들을 향한 순수한 좋은 의도가 오해를 받고, 과도한 민원에 부딪히다 보면 교사의 마음은 꺾이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런 상처 때문에 예전처럼 다정하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보다 정해진 만큼만, 문제되지 않을 만큼만 학생을 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동료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모든 선생님이 완벽하다거나 언제나 옳다는 뜻은 아니다. 교사 역시 끊임없이 성찰하고 배워가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우리가 학생을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단정 짓지 않듯, 학교 밖에서도 우리 선생님들을 조금만 더 따뜻한 눈빛과 믿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어떨까. "우리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따뜻한 믿음과 "소중한 아이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교사의 깊은 책임감이 마주할 때, 비로소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완성될 것이다.
내년이면 나도 '1학년 학부모'가 된다. 나 역시 걱정이 많겠지만 그래도 믿어보려 한다. 내 아이의 선생님을, 그리고 오늘도 "선생님!"이라는 부름에 답하고 있을 동료들을. 그 믿음이 교사를 다시 아이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고, 결국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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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