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원전폭발… 침착했던 일본이 흔들린다

잇단 원전폭발… 침착했던 일본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 확산되면서 오염 공포 커져

  • 승인 2011-03-16 11:16
▲방사능 검사받는 아이
<br />[니혼마쓰(일본)=AP/뉴시스】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에서 생후 1년된 어린아이가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고 있다.
▲방사능 검사받는 아이
[니혼마쓰(일본)=AP/뉴시스】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에서 생후 1년된 어린아이가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4호기의 잇단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지진 이후에도 비교적 침착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일본인들이 동요하고 있다.

특히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東京)를 비롯한 수도권까지 이동하면서 '일본의 심장'인 도쿄 도민들 사이에서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오사카(大阪)나 교토(京都), 홋카이도(北海道) 등지에 친척이나 본가가 있는 도쿄 도민들 중에서는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 하네다(羽田) 공항이나 신칸센(新幹線)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品川) 역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日 국민 "정부 발표 믿을 수 있나"..공포 확산 = 16일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대지진 이후에도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했던 일본인들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동요하고 있다.

특히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 등 수도권까지 날아오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치기(茨城)현에서는 통상의 100배 정도인 매시 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성 물질이 관측됐으며, 가나가와(神奈)현에서는 통상의 10배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도쿄도 내에서도 대기 중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도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도쿄 가마타(蒲田)구에 거주하는 요코야마 히로코(橫山ひろ子.24) 씨는 "지금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당분간 고향인 오사카에가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에 사는 와타나베 미유키(渡邊美優紀.50) 씨도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하라고만 하고 있다"며 "우리가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일본 국민들은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을 관할하는 도쿄전력으로부터 사고 발생 후 1시간이나 늦게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등의 보도를 접하면서 과연 정부의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정부가 원전 사고 발생 초기 현지 주민들에게 원전 반경 20㎞ 밖으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가 이를 30㎞로 넓혔으나 정작 반경 50~60㎞ 밖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도쿄 도민은 "정부 발표도, 언론 보도도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알아서 처신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루빨리 가족들과 함께 고향이 있는 규슈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국내선이 취항하는 하네다 공항과 신칸센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 역 등지에는 도쿄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있다.

또 이번 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센다이(仙台)와 후쿠시마 등지의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도권이나 인근 지역으로 피난하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일본 전역에서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한국 구조대, 방사능 경보로 수색 중단 
<br />[센다이(일본)=로이터/뉴시스]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닷새째인 15일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한국구조대원이 방사능 경보발령으로 수색이 중단된 가운데 수색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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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구조대, 방사능 경보로 수색 중단
[센다이(일본)=로이터/뉴시스]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닷새째인 15일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한국구조대원이 방사능 경보발령으로 수색이 중단된 가운데 수색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도카이 대지진' 공포 재점화 = 도호쿠(東北) 대지진에 이은 원전 방사능 공포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던 15일 밤 10시30분께 시즈오카(靜岡)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6.4의 강진은 설상가상으로 일본인들의 뇌릿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도카이(東海) 대지진'에 대한 공포를 재점화시켰다.

이 지진으로 야마나시(山梨)와 시즈오카 서쪽에선 진도 5.0, 도쿄와 지바(千葉)등지에선 진도 4.0의 흔들림이 관측됐고, 이후에도 2~3분 간격으로 2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고 이 지역의 하마오카(浜岡) 원전이나 시즈오카 공항에서도 별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20여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도쿄 시나가와와 하마마쓰(浜松)역 구간에서 신칸센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사실 지난 11일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본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은오로지 도카이 대지진에 쏠려있었다.

도카이 대지진이란 도쿄 남쪽인 시즈오카현 스루가만 해저에서 100~15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대지진을 말한다.

지난 1707년과 1854년 각각 규모 8.6과 8.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이렇다할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향후 3~4년 내 진도 8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80% 이상"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진도 9.0의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와 언론에서는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지만 15일 밤 시즈오카현에서 발생한 진도 6.4의 강진은 한동안 잊어버린 듯 했던 도카이 대지진의 공포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도쿄의 스튜디오에서 지진발생 소식을 전하던 NHK 여자 아나운서의 얼굴에서도 공포의 표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쿄 도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요코야마 씨는 "깜짝 놀랐다"며 "이번 지진은 지난번 지진의 여진이라기보다는 진앙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도카이 대지진이 정말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든다"고 몸을 떨었다.

도카이 대지진은 수도 도쿄에서 진앙지가 가깝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다면 인구밀집 지역인 도쿄 등의 수도권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일본 언론은 경고해왔다.

그러나 15일 시즈오카현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해 일본 지진방재대책위원회는 "도카이 대지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원전 얼마나 위험한가..엇갈리는 전망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이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소련의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2~3일 사태전개에따라서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방사능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브레너 교수는 "지금까지는 방사능수치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높지 않지만 앞으로 24~48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방사선의학과장인 제임스 스롤 박사는 "현재 일본의 상황이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규모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Mile Island)' 사고보다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스리마일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최고등급(7등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6등급으로 조정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사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4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7등급으로 분류된 경우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유일하며, 이번 사고가 6등급으로 분류된 것은 5등급이었던 스리마일 원전사고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있는 한 싱크탱크는 "상황이 많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은 6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7등급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인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절대적으로 안전을 자신하던 원전에서 지난 12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사고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자 일본 국민은 '안전신화가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1시간에 평소보다 400배 이상의 방사선이 노출됐다. 이는 일반인이 1년동안 노출되는 방사선 양에 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정도 방사선에 10시간 이상 노출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 소속 전문가 2명을 일본에 파견한 데 이어 전문가 34명과 계측 장비 등을 보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도 체르노빌 폭발사고 결과를 다뤘던 원자력 전문가팀을 일본에 파견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대참사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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