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선병원, 사지마비 러시아 환자 치료 성공

  • 문화
  • 건강/의료

대전선병원, 사지마비 러시아 환자 치료 성공

  • 승인 2016-03-23 17:28
  • 신문게재 2016-03-23 2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 왼쪽부터 임병철 소장, 안닌코바 이리나씨, 코디네이터인 라나씨
▲ 왼쪽부터 임병철 소장, 안닌코바 이리나씨, 코디네이터인 라나씨

뇌신경 및 다발부위 척추신경 종양 환자

“처음 한국에 올 때만 해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환자용 카트에 실려 들어왔는데, 이제 내 발로 걸어서 병원을 나서다니 꿈만 같아요.”

선병원재단(이사장 선두훈) 대전선병원 의료진이 사지가 마비돼 우리나라를 찾은 러시아 환자에게 제 2의 삶을 선물했다.

안닌코바 이리나(32·여ㆍ 이하 이리나) 씨는 약 3년 전부터 뇌신경 및 다발부위 척추신경 종양을 앓고 있었고 러시아에서 일부 커진 양성 종양들을 치료했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팔다리가 마비되고 감각을 잃어갔다. 급기야는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

러시아 유명 종합병원과 척추전문병원 등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결과 ‘다발성 신경섬유종’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희망이 없다는 절망적인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중 대전 선병원에서 치료경험이 있는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7월 척추센터 임병철 소장과 처음 마주하게 됐다.

임병철 소장은 “상부경수와 뇌간 사이에 인접해 있는 종양이 경수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어 목 아래쪽이 모두 마비돼 있었고, 이로 인해 폐도 50% 밖에 기능하지 못해 자발호흡조차 힘겨울 정도였다”며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몇 개월도 못 버틸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임병철 소장은 종양 중에 생명과 직결되는 부위의 척추신경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은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았고, 수술 후 합병증도 우려됐다. 민감한 척수 신경조직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부종, 폐, 심·뇌혈관계 기능부전에 의한 전신마비, 그리고 사망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리나 씨와 가족들은 이러한 중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후 그녀는 거짓말처럼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의 감각이 돌아왔고 재활치료를 통해 걷는 것도 가능해졌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게 됐다.

항암제 치료도 이어졌다. 종양 조직검사 결과 예후가 좋지 않은 ‘악성 전이성 흑색종’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이리나 씨는 항암제 치료도 선병원에서 받기를 원했다. 먼 비행길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7번이나 선병원을 더 찾았다. 그리고 지난 3월 중순 마침내 선병원에서의 치료를 마치고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리나 씨는 “12살 난 아들이 성장할 때까지 만이라도 살고 싶었다. 러시아에선 포기했지만 한국의 선병원은 새생명의 희망과 살아갈 의미를 찾게 해줬다. 한계를 넘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주신 한국 의료진과 힘든 시간 함께해 준 선병원 코디네이터 라나 씨에게 감사드린다. 새 삶의 기회를 준 이 사회에 감사의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박노경 병원장은 “긴밀하게 협조해 준 암센터 의료진과 첨단 의료장비, 러시아 의사출신 코디네이터 등 그동안 축적된 선병원의 해외환자 진료시스템 덕분에 성공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멀리 타국에서 선병원을 믿고 찾아온 환자인데 치료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기쁘고 돌아가서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밀양시 아리랑대축제, 시민 빠진 무대 '공감 부재' 지적
  3.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4.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5.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1.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세종 장애인승마 이종하 선수, 국가대표 선발
  4. 세종TV, 창립 15주년 기념식 열어 새 비전 제시
  5. 골프존 GDR아카데미, 신규고객 첫 구매혜택 프로모션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