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대구, 봄날의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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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대구, 봄날의 정거장

한국 최초, 유일한 상업모노레일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움직이는 도심 속 전망대 수성못에는 여유가 넘치고 앞산 전망대에선 하늘이 활짝

  • 승인 2016-04-21 14:12
  • 신문게재 2016-04-22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주말여행] 대구, 봄날의 정거장

▲ 아양기찻길
▲ 아양기찻길
인생은 중간중간 멈춰야 맛있다. 가로수 하나 없는 도로에서 사람은 얼마나 더 가야 목적지가 나올지 막막하지만 저 멀리 나무 한 그루가 보이기만 해도, 저 나무까지만 일단 가보자며 희망을 갖는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나무 같은 쉼표가 있을 때 풍성해진다.

사람들이 버스로 종점여행을 떠나고, 기차에서 낭만을 느끼는 것도 정거장마다 멈춰 쉴 틈을 주기 때문일지 모른다. 무작정 탔다가 가려던 곳이 아니었다 해도 마음 내키면 내려도 좋을 것 같은 기분, 가던 길을 멈출 순간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기꺼이 베푼다.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름의 목적이 부산 바다라면 그 곳에 가기 전 봄날의 도시에 일시정지 하고 싶었다. 대전에서 경부선 종착역까지 가기 전 중간에 있는 도시 대구. 그 도시를 멈출 줄 아는 그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로만 돌아보았다.

▲ 수성못의 노을
▲ 수성못의 노을
2015년 4월, 대구에선 도시철도가 하늘을 달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모노레일 도시철도인 3호선이 착공 6년만에 개통한 것이다. 기존 1, 2호선은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지만 3호선은 남북으로 연결한다. 대전에 지하철이 생겼을 때 갈 일도 없는데 타봤다는 경험이 갖고 싶어 유성온천역까지 간 적이 있다. 대구에선 비슷한 시민이라면 3호선을 타고 수성못에 내릴 것이다.

▲ 앞산전망대
▲ 앞산전망대
3호선을 타러 계단을 올랐다. 도시철도를 타러 수없이 지하로 내려갔지만 올라가는 건 처음이었다. 3칸 정도로 작은 모노레일이 서서히 다가왔다. 어릴 적 타 본 엑스포과학공원의 자기부상 열차 생각도 났다. 다른지역의 도시철도와 마찬가지로 좌석은 마주보게 배치되어 있는데, 맨 마지막 칸 끝에는 안전요원 지정석이 있다. 3호선은 이 안전요원 한 명을 제외하고 무인 운행된다.

▲ 옹기종기 행복마을
▲ 옹기종기 행복마을
창문 너머로 대구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단지 도시철도를 탔을 뿐인데! 움직이는 전망대라는 표현이 딱 맞는 호사다. 놀라운 건 아파트단지 등 주거지역을 지날 땐 창문이 불투명하게 변해 사생활 보호를 해준다는 점이다.

수성못역에 내리면 바로 수성못이 보인다. 수성못은 주변 들판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1960년대 유원지로 개발된 후, 2013년 생태복원사업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 주변에는 오리배와 진짜 오리들이 함께 맴돈다. 호숫가를 두른 나무데크와 가로수 아래로 아이들이 통통 뛰어다니고 노인은 느긋하게 자전거를 구른다. 대구시민 중 한 명이 된 것처럼 편안해졌다. 누리고 싶은 봄날의 풍경 속,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물었던 이상화 시인도 여기 서있다.

▲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수성못 앞에서 버스를 타면 대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앞산에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2분, 걸어서 10분정도면 도착하는 전망대는 네모난 조명기둥 너머로 하늘을 열어준다. 우리 집이 어디더라, 하며 등산객들은 열심히 아는 건물을 찾아냈다. 찾을 건물이 없어도 정다운 풍경이었다. 밤에 쏟아져내릴 불빛까지 보지 못한 건 다음에 또 오를 것을 약속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시 3호선을 탄 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아양기찻길을 찾았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는 기차 노선이 옮겨지면서 버려졌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새로운 명소로 거듭났다. 최근에 신민아, 소지섭이 출연한 드라마의 한 장면도 여기서 촬영했다. 다리 가운데에는 디지털 다리박물관과 카페가 발걸음을 붙든다. 바닥 일부분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옛 철교 모습도 볼 수 있다.

▲ 모노레일에서 내려다보는 대구도심
▲ 모노레일에서 내려다보는 대구도심
아양기찻길에서 5분정도 걸으면 옹기종기 행복마을도 있다. 폐선이 된 대구선 주변 마을의 벽과 화분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 생기를 입혔다. 철로였던 구간에 철로그림을 그린 것도 재미있다.

기차가 멈춘 곳은 새롭게 낭만이 달리고, 철로가 없던 곳에는 새 기차, 모노레일이 경치를 품고 달린다. 어디서 내려도, 어디든 좋은 대구다.

▲가는길=대전역에서 동대구역이나 대구역까지 가는 기차가 하루 15분 정도 간격으로 있다. 앞산전망대를 제외하면 소개된 곳은 모두 지하철만으로도 돌아볼 수 있다.

▲먹거리=대구하면 막창이다. 대구의 밤에 막창과 소주가 잘 어울린다면 낮에는 빵집에 가보자. 중앙로역 근처 삼송빵집에는 마약빵이라고 불리는 옥수수빵이 유명하다. 영업은 오후 9시까지지만 8시 전에 다 팔리고 없었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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