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를 아시나요] 닭싸움 -토종 수탉의 위엄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닭싸움 -토종 수탉의 위엄

  • 승인 2016-10-25 11:05
  • 신문게재 2016-10-26 23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온 누리가 수채화 같다. 마치 어느 미술책에서 본 듯한 광경이다.

울긋불긋 변해가는 모습이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어제와 이제가 다르다. 마음도 숙연해져만 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한 두 개씩 떨어지는 낙엽은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벌인 일들에 대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약하곤 한다. 이때쯤이면 그 동안 털갈이를 한 짐승들의 몸에서도 광채가 돋는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털이나 깃털들의 탄력이 손끝을 자극한다. 자꾸만 쓸어내리고 싶어진다. 희미하게 바랬던 색깔도 짙어지면서 제 모습을 찾는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생체 반응은 놀랍기만 하다. 그 가운데서도 수탉들의 자태는 아름답기만 하다. 검붉은 볏은 말할 것도 없고, 황금색부터 흑갈색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섞여서 빚어내는 휘황한 무늬의 깃털, 윤기와 탄성을 뽐내면서 길게 뻗어있는 검은 꼬리들은 수탉의 위엄을 더한다.

수탉들은 영역을 지키려는 것인지, 암탉들에 대한 보호를 위하는 것인지 서로 싸움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어떤 경우에는 이웃집 수탉과 겨루기도 하였다. 유명한 고전소설에서도 이웃 간의 닭싸움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웃 수탉에게 우리 수탉이 져서 쫓기면 속이 상하기 때문에 우리 닭이 이기도록 고추장을 먹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수탉들은 싸움을 자주 하였는데, 닭들이 공격할 때 주로 상대방의 검붉은 볏을 부리로 찍으면서 싸웠기 때문에 항상 볏에 상처가 많이 나 있곤 하였다. 수탉들이 정신없이 서로 싸울 때 이를 본 사람들이 싸움을 말리느라 멀리 쫓아 놓아도 다시 싸우곤 하였다.

어떤 수탉은 싸움에 밀려 도망가는 수탉을 계속 쫓아가기도 했는데, 숨을 몰아쉬며 도망가는 수탉을 볼 때는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 마을을 몇 바퀴나 도는 수탉도 있었다. 그러면 다음날 아무개네 수탉이 제일 사납다고 소문이 나고, 어린아이들은 사나운 수탉이 달려들어 찍을까봐 그 닭 옆을 지날 때면 조심하곤 하였다.

때로는 사나운 수탉이 아이들에게 달려들어 찍어서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어른들에게 달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닭 주인에게 알리고 닭 주인은 적절한 조치를 하곤 하였는데, 며칠 안에 싸움을 잘 하는 수탉이 보이지 않곤 하였다. 사나운 수탉이 사라져서 안심은 하면서도 사라진 수탉의 행방을 궁금해 하곤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대전영시축제 개막식 인사말 하는 이장우 대전시장
  2. 아산배방도서관, 온라인 필사프로그램, 나날이 필독' 운영
  3. 한국서부발전(주), 아산 수해복구지원 5천만원 성금
  4. 아산시,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2년간 지적측량 수수료 감면
  5. ‘여름 휴가는 대전 0시 축제로’
  1. 이 대통령, “산재 사망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접 보고” 지시
  2. 관세리스크 벗어나나 했더니 이젠 ‘노동입법 리스크’
  3. 장대B구역 사업시행인가 고시 11개월만에 관리처분인가 득
  4. 폭염에 폭우까지... 수박··대파 등 농산물 가격 상승 꺾이지 않네
  5. [문예공론] 저출산 시대에 손자 지호의 첫 돌을 축하하며

헤드라인 뉴스


[르포]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 그칠 줄 모르는 열기… 0시 축제 인산인해

[르포]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 그칠 줄 모르는 열기… 0시 축제 인산인해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즐기는 방법…대전 0시 축제에 있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대전 0시 축제가 화려한 시작을 알리면서 중앙로 일대는 거대한 축제의 용광로로 탈바꿈 했다. 8일 개막 첫날부터 주말 내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퍼레이드부터 과학 수도 명성에 걸맞은 AI 체험까지 현장을 찾은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리면서부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이 쏟아졌다. 시작부터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올해 0시 축제는 '잠들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유력… 脫세종 논란 종지부 찍나
기후에너지환경부 유력… 脫세종 논란 종지부 찍나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기존부처로 관련 업무를 통합하는 방안으로 최근 급선회, 부처 위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신설 부처를 호남에 유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었지만, 국정기획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기존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가 그대로 존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인데 충청권 여당 의원들도 이런 기류에 힘을 싣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광복절에 앞서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을 포함한 일부 국정 과제에 관한 논의를..

더불어민주당 "0시 축제 3無" vs 국민의힘 "무지성 발목잡기"
더불어민주당 "0시 축제 3無" vs 국민의힘 "무지성 발목잡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16일까지 원도심 일원에서 열리는 대전 0시 축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콘텐츠, 정체성, 시민이 없는 '3무(無) 축제'라고 혹평한 반면 국민의힘은 "무지성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힘 이장우 시장의 민선 8기 대전시정이 들어선 이후 0시 축제는 매년 양당의 충돌 지점이었다. 올해도 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내 "시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예산 낭비의 전형인 0시 축제가 또 다시 시작됐다"며 "시민이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 휴가는 대전 0시 축제로’ ‘여름 휴가는 대전 0시 축제로’

  •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