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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가 수채화 같다. 마치 어느 미술책에서 본 듯한 광경이다.
울긋불긋 변해가는 모습이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어제와 이제가 다르다. 마음도 숙연해져만 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한 두 개씩 떨어지는 낙엽은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벌인 일들에 대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약하곤 한다. 이때쯤이면 그 동안 털갈이를 한 짐승들의 몸에서도 광채가 돋는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털이나 깃털들의 탄력이 손끝을 자극한다. 자꾸만 쓸어내리고 싶어진다. 희미하게 바랬던 색깔도 짙어지면서 제 모습을 찾는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생체 반응은 놀랍기만 하다. 그 가운데서도 수탉들의 자태는 아름답기만 하다. 검붉은 볏은 말할 것도 없고, 황금색부터 흑갈색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섞여서 빚어내는 휘황한 무늬의 깃털, 윤기와 탄성을 뽐내면서 길게 뻗어있는 검은 꼬리들은 수탉의 위엄을 더한다.
수탉들은 영역을 지키려는 것인지, 암탉들에 대한 보호를 위하는 것인지 서로 싸움을 하거나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어떤 경우에는 이웃집 수탉과 겨루기도 하였다. 유명한 고전소설에서도 이웃 간의 닭싸움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웃 수탉에게 우리 수탉이 져서 쫓기면 속이 상하기 때문에 우리 닭이 이기도록 고추장을 먹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수탉들은 싸움을 자주 하였는데, 닭들이 공격할 때 주로 상대방의 검붉은 볏을 부리로 찍으면서 싸웠기 때문에 항상 볏에 상처가 많이 나 있곤 하였다. 수탉들이 정신없이 서로 싸울 때 이를 본 사람들이 싸움을 말리느라 멀리 쫓아 놓아도 다시 싸우곤 하였다.
어떤 수탉은 싸움에 밀려 도망가는 수탉을 계속 쫓아가기도 했는데, 숨을 몰아쉬며 도망가는 수탉을 볼 때는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싸움이 끝날 때까지 마을을 몇 바퀴나 도는 수탉도 있었다. 그러면 다음날 아무개네 수탉이 제일 사납다고 소문이 나고, 어린아이들은 사나운 수탉이 달려들어 찍을까봐 그 닭 옆을 지날 때면 조심하곤 하였다.
때로는 사나운 수탉이 아이들에게 달려들어 찍어서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어른들에게 달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닭 주인에게 알리고 닭 주인은 적절한 조치를 하곤 하였는데, 며칠 안에 싸움을 잘 하는 수탉이 보이지 않곤 하였다. 사나운 수탉이 사라져서 안심은 하면서도 사라진 수탉의 행방을 궁금해 하곤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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