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덕유산 눈꽃 길 따라, 더 깊은 겨울 속으로

  • 문화
  • 여행/축제

[여행]덕유산 눈꽃 길 따라, 더 깊은 겨울 속으로

구름·안개가 얼어 나무에 엉겨붙은 상고대 등 겨울풍경은 '제일' 휘몰아치는 겨울바람과 꿋꿋한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

  • 승인 2017-02-02 12:06
  • 신문게재 2017-02-03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주말여행] 덕유산 향적봉의 아침

▲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눈 덮인 산과 해돋이.
▲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눈 덮인 산과 해돋이.
'덕이 많고 넉넉한 산'이라는 의미에서 이름붙여진 덕유산(德裕山)은 겨울을 맞아 눈이 넉넉히 많은 설유산(雪裕山)이 되었다.

소복이 쌓인 눈은 덕유산 향적봉을 오르는 내내 발밑을 간질이듯 부드럽게 맞아주었고 세찬 바람에 얼음 옷을 입은 나무의 상고대는 아름답게 빛났다.

대전과 충남에서 1시간 남짓에 도착할 수 있어 나들이터 찾았던 곳을 이번엔 '더 깊은 겨울'을 목표로 지난달 작심하고 찾아갔다.

무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곤돌라를 이용해 탑승 15분 만에 설천봉(1525m)에 도착하는 코스 대신 걸어서 정상 향적봉(1614m)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곤돌라는 오전 9시부터 운영해 오후 4시 30분 마무리되는데 그래서 향적봉 일출은 걸어 오른 자에게 덕유산이 주는 선물과 같다고 한다.

▲ 천년고찰 백련사 입구에 세워진 일주문. 세상과의 인연을 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천년고찰 백련사 입구에 세워진 일주문. 세상과의 인연을 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덕유산자연휴양림에 숙소를 마련해 눈을 붙이고 나서 새벽 5시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기에는 늦은 출발이어서 시간단축에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한 발씩 내디뎠다.

등산로 입구부터 천년고찰 백련사까지 이어진 코스는 구천동 계곡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걷는 산책길이다.

눈이 소복한 등산로는 꽝꽝 언 아스팔트와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었고 깊은 산 속에서 느끼는 적막은 반대로 새살이 돋는 느낌이었다.

사위가 어두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못 보더라도 힘찬 물소리에 구천동 계곡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만한 산책길을 1시간 20분 걸어 백련사 일주문에 도착하는데 1000년 역사의 사찰이면서 6·25전쟁의 흉터를 지닌 곳이다.

신라 흥덕왕 5년(830년)에 창건돼 어림잡아도 1100여년 역사를 품다가 6·25때 불타버려 1962년 대웅전부터 재건돼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이 구비 9000번 부딪치며 물길을 이룬다 해서 구천동이라 이름붙여진 깊은 골자기 사찰에 전쟁의 총부리가 닿았던 셈이다.

▲ 구천동 계곡에 맺힌 고드름.
▲ 구천동 계곡에 맺힌 고드름.
덕유산 송치골에서 빨치산으로 불리는 남부군이 창설됐으니 새벽 눈 덮인 구천동 골자기가 평화롭게만 여겨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백련사 대웅전을 지나 꺾어진 구간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경사에 눈 쌓인 산길을 1시간 20분가량 이어졌다.

국내 네번 째 높은 산임에도 철계단이나 바위가 적어 몸에 피로감은 덜하고 새벽녘 바람도 잔잔해 더없이 좋은 등산환경이었다.

다만, 덕유산이 국내 산악사고 많은 국립공원 중 다섯 번 째이고 대설주의보 때 등산로가 폐쇄되므로 사전에 날씨 확인과 방한의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숲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골자기 풍경에 잠시 쉬어가기를 몇 차례 반복한 끝에 향적봉 정상에 도착했다.

중봉을 거쳐 덕유평전·구룡산에 이르는 길은 철쭉 군락지로 봄에 인기가 좋고 여름에는 구천동계곡의 시원한 물을 찾아오며 가을에는 진한 낙엽까지 사계절 인기인 덕유산.

▲ 향적봉 정상 바위에 안개와 구름이 언 상고대가 맺혀 있다.
▲ 향적봉 정상 바위에 안개와 구름이 언 상고대가 맺혀 있다.
그중에서 겨울 덕유산의 향적봉은 자연이 빚은 얼음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절경이다.

키 작은 주목에 하얗게 엉겨붙은 상고대는 거친 바람과 나무의 생명력이 만든 예술품 같았다.

해발 1000m 이상, 영하 6도 이하이면서 습도 90% 이상의 조건을 유지할 때만 만들어진다는 상고대는 머릿결이 흩날리듯 바람의 흔적을 담고 있다.

바위에 맺힌 상고대는 생선의 비늘처럼 겹겹히 덮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대봉·중봉·삿갓봉처럼 해발 1300m 남짓의 봉우리들이 층층이 줄지어 선 모습이 눈아래 펼쳐지며 해돋이와 어울려 장관을 이뤘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카메라에 눈을 갖다대며 일출과 상고대 그리고 설경을 촬영하느라 여념 없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때 무주리조트가 경기장으로 개발되면서 스키장과 곤돌라가 만들어져 사람과 가까워진 덕유산, 등산에서도 더 깊은 겨울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다.


▲등산코스

-덕유산리조트 곤돌라는 오전 9시~오후 4시30분 설천봉까지 운행. 왕복1만5000원 설천봉~향적봉 600m 20분 소요

-걸어서 등산 후 하산할 때 곤돌라를 이용 후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음.

-정상에 향적봉대피소가 있어 간단한 식사와 화장실 이용가능.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갈마지구 노후주거지정비계획 고시… 사업 추진 구체화
  2. [대전 체육의 내일을 묻다] 오주영 “대전 체육의 미래 100년, 새로운 성장 기반 만들겠다”
  3.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사업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4. 49년 된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청사 새로 짓는다…395억원 투입
  5. 서산시 신청사 건립 속도, 해체 부지에 100대 규모 임시 주차장 조성
  1. 따뜻한 지역사회의 힘으로 맺은 ‘백년가약식’
  2. "받아줄 병원 없다"… 대전서 출산 임박 산모 구급차 출산·부산 원정 이송
  3. [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르포] 옛 시청 남긴 가오슝… 통합청사보다 중요한 것은
  4.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5. 나노종합기술원, ‘실리콘 브릿지’ 공정 구현…첨단패키징 생태계 조성 박차

헤드라인 뉴스


맞고 물려도 대책 없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 `사각지대`

맞고 물려도 대책 없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 '사각지대'

특수교육 대상 유아를 담당하는 세종시 공립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교사 폭행 등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할 법적·제도적 장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수교사 A 씨가 교권 침해를 인정받고도 원아와 분리되지 못한 채 교육활동을 이어가다 방임 혐의로 고소되면서다. 이에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 교사들의 안전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세종시교육청은 지역 공립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 "교원들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이후 열차 운행과 좌석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임 할인과 마일리지 등을 통한 교통비 부담 완화 효과도 5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5일 고속철도 통합 60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운영 성과와 향후 서비스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고속철도 일평균 이용객은 32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6000명(12.6%) 증가했다. 월별 증가율도 9월 11.9%에서 10..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올 연말 2100세대 공동주택 공급이 예고된 세종 합강동(5-1생활권)의 초·중학교 설립 심사가 모두 완료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각각 2곳, 중학교 한 곳의 설립이 확정됐으며, 내년에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절차도 밟아나갈 계획이다. 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기4차 중앙투자심사에서 5-1생활권(합강동) '가칭' 합강2초등학교 설립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중투심을 넘어서면서 합강동에 계획된 유·초·중등 설립이 모두 확정됐다. 합강2초의 총 사업비는 481억 원 규모다. 초5-7 부지에 50학급(특수2 포함) 12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