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개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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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 개 혀?

  • 승인 2016-07-28 10:00
  • 우난순 교열팀장우난순 교열팀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죄책감 비슷한 게 생기기 시작했다. 오래된 일이건만 그때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떠올라 먹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것이 몸에 좋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객지에 나와 직장생활 하면서 혼자 살다보면 먹는 거에 소홀하기 마련이다. 지금이야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몸에 좋다는 거 찾아 먹게 되지만 한창 젊을 땐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게 예사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쇠약해져서 덜컥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그런데 나이 지긋한 의사가 한 말은 뜻밖이었다. “보신탕 많이 먹어요. 개고기는 고단백이라 기력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요.” 그로부터 한달 가까이 언니는 들통으로 보신탕을 사 나르기 바빴고, 난 삼시세끼 주구장창 먹어대기 바빴다.

병원에서의 치료도 치료지만 보신탕을 열심히 먹은 덕분인지 내 몸은 의사도 놀랄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입원 전 40kg을 갓 넘은 아프리카 난민 수준이었던 몸은 퇴원 직후엔 50kg 가까이 불어 있었다. 얼굴은 개기름으로 번들거렸고 입을 열면 ‘멍멍’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빵떡 같은 얼굴과 팔과 허벅지, 엉덩이는 두둑하게 살이 올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연상시켰다. 방에 있는 전신거울 속의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전에 우리나라는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즐겨 먹어

그렇다고 해서 개를 식용 대상으로만 생각한 건 아니다. 난 개를 무척 좋아한다. 지나가는 동네 개를 만나면 꼭 아는 척 하고야 만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먹기도 했다. 예전에 시골에선 여름이 오면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농사일로 지친 몸에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동네장정들은 하루 날 잡아 동네 개 몇 마리를 잡는다. 얼큰한 탕과 수육을 정자나무 아래 푸짐하게 차려 놓고 온 동네사람이 하루종일 배 두드려가며 먹는 것이다. 지금은 서른 가까운 청년이 된 조카가 서너살 때 보신탕을 먹고 나서 틈만 나면 “할머니 개국 줘, 엄마 개국 줘”를 연발했으니 말이다.

당시 시골 개들은 성견이 돼서 팔릴 때까지 길어봐야 4~5년 살았는데, 개는 오래 키우면 안된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늘 개를 키웠다. 누런개, 까만개, 털보개, 쌀개 등 온갖 ‘똥개’들이 있었는데 성격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개들이 많다. 그 중 잊을 수 없는 수컷 누렁이 ‘쪼니’는 가슴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내가 대학 2학년 봄에 태어났는데 유난히 호기심이 강하고 장난기가 많았다. 게다가 폭력적이었다. 사람에게 복종은 커녕 감히 깔보는 녀석이었다. 약오르면 볼살을 부풀리면서 허연 이를 딱딱 부딪치며 막 달려들어 팔이고 다리를 깨물어 우리는 피멍들기 일쑤였다. 밖에서 놀다 돌아올 때면 돌멩이나 작은 나뭇가지 등을 물고 와 자기 집에 쌓아 놓는 귀여운 놈이었다. 거친 피가 펄펄 끓는 야성이 강한 쪼니는 당당하고 인간에게 굽히는 걸 몰랐다.

그런데 그 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팔려 나갔다. 아직 어렸지만 어미 개까지 두 마릴 키우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영리한 쪼니는 자기가 죽을 것이란 걸 직감했는지 개장수에게 잡혀 묶일 때 사력을 다해 반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난 거친 숨을 내쉬는 개의 혀가 순식간에 보라색으로 변하는 걸 봤다. 죽음의 색이었다. 목이 메이고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늘 그래왔으니까. 어느 집에서 키우던 개의 고기를 내가 먹듯이 우리 개도 누구의 밥상에 오르게 되는 게 개들의 운명이었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국에서 온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 마들린 웨런(Madeline Warren) 씨가 '개먹는 나라, 보신탕은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국에서 온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 마들린 웨런(Madeline Warren) 씨가 '개먹는 나라, 보신탕은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먹고 안 먹고는 각자의 자유- 간섭은 옳지 않아

사람의 생김새나 성정은 풍토따라 간다고 한다. 개도 그러한 것 같다. 이 땅에서 오래전부터 살아온 진돗개나 황구도 우리처럼 눈이 쭉 째진 것만 봐도 참 닮았다. 천승세의 단편소설 ‘황구의 비명’을 읽어보시라. 1974년 유신시대에 발표됐는데 한국과 미국의 불균형적 관계를 한 쌍의 개가 교미하는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주인공은 양색시와 들판에서 어마어마한 덩치의 수캐와 보잘것 없는 조그만 암캐 황구의 교미를 보면서 그녀에게 “황구는 황구끼리”라고 말한다. 힘 없는 황구와 민중의 등치가 얼마나 절묘한가. 고매하신 고위관리 나리의 “민중은 개돼지”가 낯설지 않은 이유가 될까.

복날이 서러운 황구의 비명은 잦아들고 있다. 지금 견공들은 주인의 따뜻하고 안락한 품에 안겨 상전의 지위를 누리는 중이다. 유태인을 집단학살한 히틀러의 개 사랑도 유별날 만큼, 순한 눈으로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주인 품을 파고드는 개들을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나 걸핏하면 한국의 개고기 식용에 대해 서구인들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내정 간섭에는 배알이 꼴린다. 개고기를 먹든, 돼지고기를 안 먹든, 바퀴벌레를 먹든, 음식은 개인의 차이, 문화의 차이란 걸 모르는 바는 아닐텐데. 음식에 대한 편견만큼 지독한 것은 없다.

/우난순 지방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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