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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몇몇 대학을 방문해 그곳 관계자들을 만나보았다. 캠퍼스를 둘러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탐색하기도 하였다. 시설이 좀 낙후된 것 말고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그곳 대학생들에게는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140 학점인데 비해 그들은 200 학점이나 되었다. 이는 많아도 너무 많다. 우리도 한 때 180학점인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도의 문제가 거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왜 그렇게 많은 학점을 졸업요건으로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학생들이 그걸 원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싼 등록금을 들여 대학을 왔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배움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거기엔 강의를 많이 듣는 것이 곧 많이 배우는 것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강의와 강의 사이에 쉬는 시간을 주어야 무언가 생각할 틈도 생기고 배운 것을 익히고 깊이 연구할 시간도 생길 텐데, 그들에겐 그런 시간이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 많은 과목을 수강하다 보면 인격성장에 필요한 다른 활동이 방해를 받는 것은 물론, 무언가를 깊이 있게 연구할 틈도 없어져, 결국 학위는 갖고 있지만 실력은 없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인도방문에서 만난 현지 전문가의 진단에 의하면, 인도엔 실제로 그런 졸업자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각종 자격증을 갖고는 있지만 창의력은 물론이거니와 현장에서 직접 사용가능한 실질적인 기술이 부족하단다. 평소 해보지 않았기에 무엇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법은 없고 오로지 상급자가 시키는 일만 하는데, 그것도 신속하고 정확하지가 못하단다. 그래서 현지에 진출한 기업담당자들은 현지인들을 한국의 대학에 보내어 짧은 기간만이라도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싶어 한다.
이수학점이 많은 것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학생 스스로 공부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이다. 공부는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익히지 않으면 그것은 내 것이 될 수 없고, 내 것이 아닐 때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거듭 연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강의를 듣는 것이 1이라면 연습은 3이나 4가 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는 100이 되어야 할 때도 있다. 공부한 것을 연습 시키지 않거나 연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졸업장을 주면, 그것은 휴지조각 같은 것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음대주변을 돌다 보면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려온다. 학생들은 강의가 비는 틈은 물론이고 방과 후에도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중 앞 공연에서 망신을 당할 게 뻔하다. 미대생도 마찬가지이다.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옷을 걸친 채 작업실에서 밤새는 일도 허다하다. 졸업을 하려면 일반인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을 수백, 수천 번 연습해야 비로소 무언가가 나오니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이런 것이 공대에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어렵지만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학생들은 어느 새 전문가가 되어 있다. 이게 우리의 힘 아닐까? 우리 학생들과 어울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學而時習) 공부를 하게 될 인도 유학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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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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