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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깨끗한 게 일본의 거리 풍경이다. 매일 청소부가 쓸고 닦는 도시만이 아니다. 시골구석 어딜 가도 쓰레기 하나 보이질 않는다. 그 깨끗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뜻의 형용사를 두 번 씩은 써야 할 것 같다. 정말로 “니트하고 클린하다.” 도심의 길 가에 있는 어느 절을 들여다보았더니 거긴 한 술 더 떠서, 마당을 쓸고 그 위에 빗자루로 일정하게 직선의 줄을 그어 놨다.
매일 마당 쓸기도 벅찰 텐데, 다 쓴 마당 위에 정성들여 반듯한 빗자루 무늬를 온 마당에 그어 놓다니, 그 하릴없는 소행에 “뭣 땜에 그랬소?”라고 핀잔하고 싶어진다. 먹고 살기 빠듯한 세상에 '그 짓'하는 시간에 뭔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나 더 하지 그랬느냐고 따지고 싶어 졌다.
그 일본의 거리 어디쯤에서, 담배를 어지간히도 좋아하는 친구가 한 대 피울 때가 지났는데도 도통 피우지 않기에,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아무리 담배를 좋아하기로서니 어떻게 저런 곳에다 담배꽁초를 버릴 수가 있어? 양심상 도저히 그럴 수는 없지”라고 말한다. 주변이 하도 깨끗하니 어쩔 수 없이 자신도 깨끗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톡 튕겨버리는 순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우리네 주변에선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누구의 강요 없이도 자연스럽게 스스로 제지당하는, 그래서 누구도 그런 몹쓸 짓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그 쓸고 치우는 일과 사고를 예방하는 것에 마치 도(道) 닦듯이 정성들이게 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선진국을 선진국으로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리라.
최근 대통령 주변인들의 타락과 불법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주말마다 촛불시위가 열리는데, 그 인파가 매번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한 곳으로 몰리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모인 인파 중 십중팔구가 그러는데, 누가 감히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도 그러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그 따가운 시선을 이겨가며 불법과 무질서를 즐길 수 있겠는가? 이번 촛불시위는 그런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이젠 없어졌을 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은밀하게 자행된 것에 대한 분노와 절망과 허탈함 속에서도, 우리는 절대로 그런 일을 획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보는 눈이 무서워서라도 그런 짓을 더 이상은 하지 못하는 좀 더 “깔끔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진정한 선진국의 기준은 소득수준의 높고 낮음에 있지 않다. 은밀히 부정을 저질러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면 과감히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비로소 그 나라는 선진국이다. 어려서 부터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나쁜 일은 나쁘니까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옳다고 생각한 일을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 나라가 선진국이다. 수백만 명이 촛불시위를 하면서도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결심하고 그걸 실천하여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번 일이 어떻게 결말나든지 간에, 우리도 그런 날을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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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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