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필톡]개마고원에 꼭 한 번 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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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필톡]개마고원에 꼭 한 번 갈 수만 있다면

  • 승인 2016-12-14 09:33
  • 우난순 교열팀장우난순 교열팀장
▲ 그림= 우난순 기자
▲ 그림= 우난순 기자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그것은 여행 자체를 위한, 여행의 즐거움을 위한 여행이다. 달리 말하면 여행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다. 속박없는 삶!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목표 아닌가. 그래서 스스로 자유를 얻기 위해 여행을 하고, 정말로 발길 닿는 대로 나아간다. 호기심만큼 삶의 원동력은 없는 것 같다. 여행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일상에서의 불편함과 누추함도 여행에서는 즐거운 경험이 된다. 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식당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거나, 질 나쁜 숙소를 만나도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거기엔 항상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노쇠한 늙은이도, 이제 막 인생의 닻을 올리는 젊은이도 내게는 다 배움의 대상이다. 사상가 몽테뉴에게도 여행은 특별했다. 그는 “다른 생활 습관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인간 본성의 무한한 다양성을 구경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의 학교를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북한 여행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동경하는 곳을 손으로 짚으며 떠나는 상상 속의 여행은 몸살나게 설렌다. 옛 동서교역 상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실크로드를 여행할 수 있다면, 진한 눈썹의 정열적인 이탈리아 남자들과 찐한 눈맞춤을 주고받으며 ‘본 조르노’를 외칠 수만 있다면. 아!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협에서 온갖 향신료로 요리한 이국적인 요리를 맘껏 먹으며 열대지방의 나른함을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면 여한이 없으련만. 남미 파타고니아의 황량한 평원을 정처없이 헤맬 날이 내 인생에 가능할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망치로 이마를 얻어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난 왜 여태까지 북한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아예 상상도 안했다는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거리로 따지자면 서울서 부산 가는 것보다 평양 가는 시간이 짧을 것이다. 기차로 간다면 두시간도 안 걸릴 텐데. 물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이에, 손만 뻗으면 바로 우리 앞에 있는데 심정적으론 지구와 명왕성 거리만큼 멀리 있는 게 남한과 북한의 현실이다. 왜 블라디보스토크를 북한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길로 가야만 할까. 왜 백두산을 중국을 거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까.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우리에게 북한은 지리적으로 바로 붙어 있으면서도 가장 먼나라가 됐다. 같은 핏줄로 역사적으로 하나로 깊이 얽혀 있으면서도 가장 두렵고 적대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전시 체제’에 살고 있는 국민이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철저한 반공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이념전쟁으로 물든 이 땅에서 ‘빨갱이’는 우리가 쳐부숴야 할 대상으로 교육받아 왔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1970년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다닐 때 한달에 한번씩 있었던 민방공 훈련은 지금 생각해도 징글징글하다. 한 겨울에 어린 학생들이 손발이 꽁꽁 얼어가며 한 시간이 넘게 학교 울타리 측백나무 아래서 꼼짝 않고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라.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북괴군’을 줄줄 외워야 하고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 웅변 대회가 지겹도록 열리는 시대였다.
 
 #남북 권력자들 사심 버려야 통일이 된다
 
  한국은 처참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나라다. 그 상처가 큰 기성세대가 전쟁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북한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는 역대 정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해 왔다. 박정희는 반공을 국시(國是)로 삼고 공안정국을 조성해 공포정치를 일삼았고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정권 역시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레드 콤플렉스를 십분 활용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통진당 강제 해산은 단적인 예다.

  북한도 다를 바 없다. 3대째 세습정치를 이어가며 철옹성 같은 왕국을 꿈꾸는 김정은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우리는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선량한 국민을 유린하는 반민주적 정권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통일의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언제쯤 통일이 되어 철조망 없는 남북이 뻥 뚫린 길을 따라 평양에서 냉면 먹고 금강산 유람을 할 수 있을까. 6.25때 월남한 소설가 황석영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못 잊어 했던 고향 음식 ‘노티’는 어떤 맛일까. 당장 북한으로 달려가 나도 한번 맛보고 싶다. 살을 에는 북풍한설을 맞으며 흥남부두에서 역사적인 흥남철수작전을 되새기며 ‘굳세어라 금순아’를 목청껏 부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은 또 어떻고. 그곳에선 어떤 나무들이 자라는지, 거기 사람들은 무얼 먹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배낭 메고 개마고원 걷는 날을 포기하지 않으련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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