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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그래서 조너선 갓셜은 인간을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들 속에는 한 인생의 삶을 지탱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개인적 서사에서부터, 한 민족이나 국가의 정신의 총체를 담아내는 민담이나 역사적 서사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기억들을 끌어내어 각각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한 개인이나, 한 민족 공동체에 힘을 갖게 한다.
이순신의 한산대첩의 이야기는 풍전등화 가운데 나라의 운명을 지켜낸 기억으로 한국인 모두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준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의 이야기는 국권은 상실했지만 민족혼은 살아있음을 기억하게하여 어떤 상황에 있어도 민족적 자긍심을 지니게 한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에는 현재를 살게 하는 기억의 힘들이 존재한다. 그 기억을 통해 치유와 회복, 삶의 이유들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라고 강요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왜 그럴까? 기억하지 말라고 힘을 가하는 세력은 아픔을 기억하지 말고, 비극을 더 이상 되 뇌이지 말고, 고통스럽게 과거에 머물지 말고 잊으라고 강압한다. 기억의 반대는 망각이다. 망각은 해결이 아니고 문제를 은폐하고 어둡고 음습한 내밀한 곳에 밀어 넣을 뿐이다. 기억의 힘은 살고자하는 생명력이고 망각의 힘은 억압과 죽음을 부르는 세력이다. 망각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사람들과 기억을 소생시키려는 힘과의 한 바탕의 겨룸이 시작되고 있다. 집단 망각 시대에 기억의 연대로 맞서는 실천들은 공동체에 다시 한 번 생명의 작동 원리를 회복시킬 것이다. 침묵과 망각을 강요하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치지 말고 계속 이야기를 끌어내고, 기억해내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와 기억이 치유와 회복의 기간을 통과하며 이 나라를 지탱시켜줄 건강한 서사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몇 해 전에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기억하는 현장들이었다. 고통스러운 과거인 학살의 현장을 기억하는 박물관들과 기념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설치된 유대인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유대인 박물관, 유대인의 희생을 기억하는 각종 사진 전시회 등 수 많은 기념관들이 있었다.
유대인을 학살한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거나 묻어두지 않고 참회의 마음으로 기억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독일인들은 참혹 하리 만큼 잔인한 기억들을 불러내어 이야기함으로 현재를 살고 기억을 해내며 미래를 향하고 있다. 망각의 유혹을 떨치고 기억해 냄으로 과거의 치부마저 끌어안음으로써 잘못된 과거의 악을 단절시킬 수 있는 힘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야기들은 모두 기억의 산물이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잊지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서로의 이웃이 되어주며 공동의 힘을 찾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잘 기억하는 것은 모두에게 진정한 위로와 회복을 주고 치유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에게 살아갈 희망을 준다.
기억해주는 일은 누군가의 값진 삶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고 현재의 삶 속에서 다 같이 살고 있다는 위로와 희망을 준다. 기억은 고통과 아픔, 희생과 죽음에 대한 애도와 함께 다 이루지 못한 파편화된 삶들을 묶어내어 진짜의 삶의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공동의 기억은 공동체적 존속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면에서 기억은 추억과 다르다. 추억은 좋았던 것을 그리워하지만 기억은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소환해내어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렇게 기억을 통해 풀어야할 것을 풀어낼 때 현재와 그리고 앞으로 오는 시간들을 잘 살아낼 수 있다.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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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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