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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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

  • 승인 2016-12-21 11:16
  • 신문게재 2016-12-22 22면
  • 최갑종 백석대 총장최갑종 백석대 총장
▲ 최갑종 백석대 총장
▲ 최갑종 백석대 총장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었다. 교회당과 백화점과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카드를 고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젊은 사람들은 연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느라 분주하다. 거리에는 캐럴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크리스마스는 AD 354년 서양 기독교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절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경과 종교를 초월하여 세계적인 축제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기 예수가 탄생하였을 그때,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 신약성서에는 두 가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나는 1세기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전해진 마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전해진 누가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그런데 두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이다.

마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따르면 예수는 다윗 왕가의 후손으로 출생하였다. 당시 유대인들은 다윗 왕가로부터 유대 민족을 해방시킬 메시야의 출생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하지만 막상 아기 예수가 탄생했을 때, 당시 유대들의 왕과 종교 지도자들을 포함해 아무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지 못했고, 좋아하지도, 그를 찾아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유대인의 왕 헤롯은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을 들었을 때 그를 찾아 죽이려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혐오하고 멸시했던 페르시아 지역의 이방인 점성사들이 별자리를 연구하다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고 찾아왔다. 그리고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황금과 유황과 몰약의 귀한 예물을 바쳤다. 누가가 전해주고 있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따르면 예수는 예루살렘의 화려한 왕궁이 아니라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시골에서, 그것도 여관이 아닌 가축들이 기거하는 축사에서 출생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을 제일 먼저 듣고 찾아온 사람들도 유대인 귀족들이 아니라 당시 유대사회에서 가장 천한 직업의 사람들로 알려져 천대와 멸시를 받던 목자들이었다.

예수의 탄생을 전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이처럼 충격적이다. 예수 당대 유대인들은 유대 나라를 로마제국으로 독립시켜줄 군사적인 힘과 민족적 지지를 받는 정치적 메시야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마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유대인들이 혐오했던 이방인인 페르시아 점성사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예수는 유대인만의 메시야가 아닌 전 인류의 메시야로 오셨음을 강조한다. 또한 마태는 아기 예수를 죽이려는 헤롯왕으로부터 에집트로의 피신 등을 언급함으로써 예수는 유대인들이 기대하는 세속적이고 민족적인 영광의 메시야가 아닌,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소외 받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메시야로 출생했음을 강조한다.

더욱이 누가는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로마 황제 아우구스도와 비천한 말구유에서 출생한 아기 예수를 서로 대조시키고, 천군천사의 노래를 통해 이 땅에 평화가 왔음을 언급함으로써, 이 땅의 진정한 평화는 아우구스도와 같은 세상의 최고 권력자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천한 말구유에서 출생한 예수를 통해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또한 예수 당대 가장 비천한 사람으로 알려진 목자들에게 예수 탄생의 소식이 제일 먼저 전달되었다는 사실은, 예수는 의인이 아닌 죄인들을 위해, 가진 자들이 아닌 가난한 자들을 위해, 높은 자들이 아닌 낮은 자들을 위해 오신 평화의 왕이심을 보여준다.

이처럼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유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매우 거리가 있다. 거기에는 단 한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었고, 거리에 단 한곡조의 캐럴도 없었다. 장터에서 아이들과 연인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이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 크리스마스는 1차적으로 가진 자, 높은 자, 내 가족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는 없는 자, 소외된 자, 억눌린 자, 갇힌 자를 위한 날이다. 예수는 성인이 되었을 때 이렇게 선언했다. “가난한 자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라고 나를 메시야로 세우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도록 하였다.”

그렇다. 우리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먼저 불러주어야 할 크리스마스 캐럴도, 우리가 먼저 보내어야 할 크리스마스 카드도, 우리가 먼저 사야할 크리스마스 선물의 대상은 우리의 가족, 우리의 연인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억눌리고 병든 이들, 도움과 사랑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기다리는 이들이다.

최갑종 백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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