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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따라서 서서히 저물고 있는 2016년의 키워드를 말하라고 한다면 '촛불'과 '조류인플루엔자' 두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들 두 단어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둘 다 '반란'(叛亂)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먼저 '반란'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전에 따르면 반란은 첫째 '사회나 국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대규모의 집단적 행동'이라는 뜻이 있고 두 번째는 '기존의 일정한 체계나 관습에 반하는 새로운 양상이나 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오늘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의미는 국민들이 단순하게 현 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을 펼친다기 보다는 기존의 우리사회에 관행화된 정치권력, 경제권력의 횡포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의 외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반란의 의미는 두 번째 의미가 된다.
그러면 오늘 민초들의 반란은 어디에서 왔는가? 한마디로 신뢰의 상실에서 온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실망감과 주변 인물에 대한 분노감, 권력욕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인 집단에 대한 불신감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감을 한순간에 허물어트린 것이다.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백성은 믿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안연편에 나오는 자공(子貢)과 공자의 대화를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묻자 공자는 “식량이 족하고 군대가 충실하면 백성들이 정부를 믿게 되어 있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셋 중에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겠는가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먼저 말했다. 자공이 계속 둘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겠는가라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버려야지. 자고로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군대도 중요하고 식량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는 공자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 대행이 하든 새 대통령이 뽑혀서 하든 누구든 정치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민초들에게 무너진 신뢰를 되세우는 일에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바로 '정직'에서 온다. 정치인이 정직하고 백성이 정칙하다면 신뢰가 쌓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필자의 대학이 '정직'을 교시로 정하고 그 실천을 위한 '명예코드운동'을 펴는 것도 바로 우리사회에서 신뢰를 키워나가자는 의도인 것이다.
반면에 조류인플루엔자도 인간들이 자행해온 이른바 '공장 축산'에 대한 '닭들의 반란'이라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식탐을 채우기 위해 닭이 새라는 천리(天理)를 저버리고 날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목숨'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 햇빛조차 못 쬐도록 하면서 알과 살점을 더 많이 뽑아내도록 닦달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수년래 조류인플루엔자는 점점 더 그 위세를 강화해왔고 최근의 양상은 '닭의 해' 진입을 앞두고 닭들이 총궐기하는 양상으로까지 보인다. 닭들의 이같은 반란은 인간들에게 '공정(公正) 축산'의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닭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사육함으로써 조류인플루엔자도 줄이고 오히려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모조리 살처분을 당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같은 사육의 결과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닭들의 반란' 역시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새해 닭의 해는 십간(十干)의 정(丁)이 불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붉은 닭'으로 알려져 있다. '붉다'는 것은 '밝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밝은 해'라고 볼 수 있다. 내년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총명한 닭'처럼 밝고 슬기롭게 자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밝은 기운이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춰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세밑에 기원해 본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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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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