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돈과 권력만 있으면 어느 정도는 통하는 세상이기 때문 아닐까?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던 부정한 방법으로 자식을 명문대학에 보낼 수도 있었고, 중앙부처의 높은 분들 몇 사람의 목을 부당하게 날리는 것쯤은 일도 아닌 세상,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런 세상이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는가? 망년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그 벌로 밥값을 혼자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 오갈만큼 식상하기도 하고 밥맛 떨어지게도 하는 이 이야기를 굳이 또 꺼내는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한번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를 대충 나누어보면 근근이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과 오직 좋은 일자리 얻어 꼬박꼬박 월급 타서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꿈꾸며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언제 더 어려워질지 모르는 불경기에 연금 탈 때까지 몇 년 만 더 버텨줬으면 하면서 불안불안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 사람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예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일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은 평생 살아온 습관 때문에 돈을 더 벌려고 할 것이고, 돈이 없어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돈 버는 것 말고 뭐 다른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니, 이래저래, 돈 버는 일은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생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약용 선생이 말했듯이, 사람에게는 부자가 되고자 하는 부욕뿐만 아니라 귀하게 되고자 하는 귀욕이 있다. 돈이 돈을 벌게 내버려둬도 될 만큼 큰돈을 벌었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귀욕이다. 부욕이야 열심히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지만, 귀욕은 그렇게 쉽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평생 번 돈을 모두 기부해도 달성될 수 있을지 모르는 게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최하층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최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고, 그렇게는 못 되더라도 돈 걱정 안 하고 살 날이 올 수 있다. 아직 취업을 못했다 해도 그 상태를 평생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열심히 살다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겠다는 꿈 중의 하나는 성취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을 벌고 나면 귀하게 되고 싶어지는데, 그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니, 이 아이러니를 어쩌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돈을 벌어놨는데, 귀해질 수 없다면 어찌될까? 돈은 많지만 정작 자신은 귀하지 않아서 귀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없다면, 그 재물이 그리 목숨 걸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쟁취해야 할 무엇일까? 인간인 이상, 귀욕과 부욕은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그중 하나만을 추구했다가 그동안 쌓아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거나 절름발이의 인생으로 전락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므로 부를 추구할 땐 귀를 염두에 둬야 하고 귀해지기 위해서는 부정한 부를 늘 경계해야 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부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고 귀한 이는 더욱 귀하게 대접하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그게 어떻게 번 돈인지도 가리지 않고 돈이면 뭐든 통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권력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 권력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를 망하게 하는 일 같은 것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부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의 축적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정직하고 고귀한 일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 행복을 누리는 귀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박노권 목원대 총장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https://dn.joongdo.co.kr/mnt/webdata/content/2025y/12m/15d/118_20251215010013024000545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