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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용란 건신대 총장 |
그러나 젊은 세대라면 모를까 장년에 접어든 세대치고 드러내놓고 노는 것이 좋다거나 노는 모습을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의식도 있다. 이것은 오랫동안 일에 대한 가치를 숭상해온 습관이기도하다.
노동의 가치를 읊조리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든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미완의 인생으로 보기도 한다. 일 자체가 존재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이 없다는 것, 직업이 없이 사는 것은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노는 일을 떠나 일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를 일과 관련해서 정의를 내리기 시작하는 것은 산업사회부터 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무엇인가 채집하고, 경작하고, 만들어내는 활동들을 통해 정의하거나 어떠한 활동이든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능력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최대의 덕목은 노동윤리에서 나오고 경제적인 부를 가져오는 노동은 숭상되어야할 덕목이다. 일하는 인간의 사회는 부를 이룰 것이고 그 부는 더 풍요롭고 나은 사회로 진보할 것이라는 낙관적 낭만주의가 사회적 가치로 견고하게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이 낙관적인 그림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과 인간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일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로 더 이상 연결되지 않고, 일 속에서 소외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실존부재의 비극을 가져온다.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살도록 강제한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노동이라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채워나가고 더 나아가 부를 만들어 낸다 해도 행복하지가 않다.
사람은 일의 스트레스를 피해 일이 아닌 다른 어떤 것들을 찾아 움직인다. 여기에서 놀이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여 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는 놀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일과 삶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로 시달려온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일의 중간 중간에 여가 시간과 취미 활동들을 즐기며 온갖 동호회나 모임을 갖는 것은 일만이 아닌 자유로운 활동을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인 보상이 없어도 기꺼이 자발적으로 돈을 투자해 가며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것은 놀이다.
여기에 일과는 다른 작동원리가 존재한다. 그것은 자발성이다. 억지로 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 하고 싶어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재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니 행복해지고 삶이 충만해진다. 노동은 강제성과 책임성, 도덕적 의무와 필연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인간 본성을 틀에 넣으려한다. 놀이는 자발성, 창조성과 누리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므로 자유의 법칙을 따른다. 그러한 면에서 놀이는 폄하되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놀이가 삶에 주는 유익한 면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알파고의 시대가 도래 하는 시점에 우리는 어떤 인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까? 인공지능으로 장착된 로봇이 노동 시장을 점거해 일자리가 다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미래의 삶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동원리를 장착한 놀이 같은 일을 하는 신인류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놀이가 일이 되고 일이 놀이가 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광화문의 촛불시위의 모습은 기존의 시위대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분노도 즐기며 표출할 수 있는 능력들이 현대 한국인들에게 발견되어진다.
이왕에 해야만 할 일들과 무겁고 힘든 상황들을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형태로 변형시키는 힘이 놀이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과 놀이의 조화 속에서 인간의 삶은 풍요로와 지며 자신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놀지 못하는 인간은 불행하다. 놀이하는 인간은 행복하다. 놀이하는 인간이 앞으로 오는 세대에 적합한 인간상일지도 모른다.
전용란 건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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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란 건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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