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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미국의 대선 레이스가 한참 뜨겁던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 중인 어느 미국인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분에게 당신은 트럼프와 힐러리 두 후보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분으로부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도덕성이 의심되고 새로울 게 없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투박하지만 추진력 있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미국의 경제, 아니, 미국 자체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가 독재국가가 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기에 트럼프 같은 사람의 독주를 미국인들이 견딜 수 있겠느냐 했더니, 미국은 탄탄한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독주와 미국의 시스템이 한참 충돌하고 있다. 그 결말이 어떨지 궁금하다. 과연 그 교수의 말대로 그것이 시스템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을까?
지도적 위치에 있는 개인의 독주와 시스템의 충돌은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독재와 전횡을 일삼는 지도자를 둔 몇몇 악명 높은 국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거의 모든 조직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민주국가는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권분립이란 제도를 도입하고도 거기에 덧붙여서 언론을 비롯한 각종 단체들이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든 이중삼중의 여과장치들을 거치지 않고는 시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학교 같은 조그만 조직도 마찬가지여서, 각종 위원회를 두세 번 씩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직에 관한한 지금은 마이웨이의 시대가 아니다.
성숙된 민주주의는 각종 여과장치가 잘 작동하는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과장치가 타락하여 개인의 독주를 용인하지 않는 한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이 설 자리는 없다. 설령, 여과 시스템이 불량이거나 그것이 잘 작동하지 못했다 해도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일반 국민의 저항을 견뎌내는 정권이나 조직은 그리 많지 않다. 그걸 견디고 있다면 그 정권이나 조직은 오히려 그 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민주적인 조직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정책의 결말은 그 비현실성 때문에 결국 그 조직의 건전성을 크게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 중에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다. 멜로디도 멋지지만 가사가 왠지 멋져 보이기 때문인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지명하여 노래시키는 자리에 그가 있으면 으레 그 노래를 청해 듣곤 한다. 어쩌면 마이웨이는 모든 남자의 로망인지도 모르겠다. 사사건건 옆에서 잔소리하는 마누라,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제지당하는 직장 생활, 이 틈바구니에서 누가 뭐래도 비굴하지 않게 자기만의 길을 가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어쩌다 그렇게 산다 해도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사람일 테니, 결국 노래 가사 대로 인생을 살기란 쉽지 않다.
1969년 크게 히트한 이후 영국 가요 톱 40 리스트에 75주간이나 머물렀던 이 노래, 아마 그토록 인기 있는 노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인생의 중반에 이런 저런 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시나트라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했고 이전의 명성과 비교도 할 수도 없는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던 그 노래, 그런데 시나트라는 그 노래 부르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인기 있는 노래이다 보니 사람들 요청에 거듭해서 부르고 또 부르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가사의 내용이 왠지 현실과 동떨어진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인생을 노래하고 있으니 왜 아니 그랬겠는가?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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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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