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이광진 "색소폰으로 재능기부 … 나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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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이광진 "색소폰으로 재능기부 … 나는 행복한 사람"

늘봄예술단 회원 9명 10년째 활동중 … 月 2~3회 요양원 찾아 위문공연 나의 꿈은 '색소폰 음반' 내는 것 … 색소폰 연주하려면 건강이 필수

  • 승인 2017-02-02 11:12
  • 신문게재 2017-02-03 2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휴먼스토리]소외계층 찾아가 사랑과 희망 전하는 이광진 늘봄예술단 회장

▲ 이광진 회장은… 1953년 출생. 유성초, 유성중, 대성고, 우송대 졸업.(사)대한청소년문화체육회 부회장, 대한뮤직예술단 고문 역임, 회춘당한약방 사무장, 늘봄예술단 회장으로 활동중.
▲ 이광진 회장은… 1953년 출생. 유성초, 유성중, 대성고, 우송대 졸업.(사)대한청소년문화체육회 부회장, 대한뮤직예술단 고문 역임, 회춘당한약방 사무장, 늘봄예술단 회장으로 활동중.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원, 장애인 시설 등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찾아가 색소폰을 불어드리고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하는 자원봉사를 해온지 어언 11년째.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는 주인공이 바로 이광진 늘봄예술단 회장이다. 이에 유성구 계룡로에 위치한 이광진 회장 사무실을 찾아가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며 아름답게 봉사하며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회장님 반갑습니다. 회장님은 선친 어르신이 회춘당 고 이현모 원장님이시지요. 대전의 원로로 봉사활동을 정말 많이 해오신 것으로 아는데 회장님의 봉사활동은 대를 이으신 것 같습니다. 회장님의 아버님에 대해 잠시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저희 아버님 국포 이현모 회춘당 원장님께서는 3년 전에 91세를 일기로 작고하셨는데요. 아버님이 작고하시는 그 날까지 평생 모시고 살았고 한약방 일도 평생 도와드렸지요. 아버님은 62년에 유성의 봉명동 이 자리에 회춘당 한약방을 개업하신 후 50여 년동안 한약방을 운영하셨습니다.

기골이 장대하셨던 제 아버님은 유도회를 창립하셨고, 유성라이온스클럽 회장을 역임하셨죠. 전통한약협회 회장을 지내셨고, 국조단군 봉안회 회장과 대전 진잠향교 전교로 취임하셔서 대전유교박물관 설립을 추진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유성지역 갱생보호회장을 역임하셨고 사단법인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대전공역시지원 고문과 사단법인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대전 회안대군 파종회 회장을 지내셨습니다. 아버님은 살아생전에 늘 '죽는날까지 전통과 사람에 투자하겠다'고 말씀하셨고 '돈 욕심을 가진 적이 없다'시며 '돈을 벌면 사람에게 써야 한다'고 하셨죠. 어려운 이웃을 남몰래 도우며 생활속에서 봉사를 실천하신 분이셨습니다.

성품이 고우셨던 아버님은 유언하실때에도 '누구하고도 싸우지 마라, 적을 두지 말고 봉사하면서 살아라'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아버님은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시고 남모르게 베푸시는 겸손하신 분이셨습니다. 아버님은 사회적으로 구제와 교학에 힘쓰셨고,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많은 후학들에게 본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그런 아버님 밑에서 자라 이웃을 돌아보고 돕는 마음을 갖고 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회장님, 늘봄예술단에서 '늘봄'은 무슨 의미로 지으신건지요.

▲늘봄은 '회춘(回春)'의 우리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버그린'의 의미지요. 2007년 설립했으니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습니다. 9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지요. 소외계층, 양로원, 장애시설, 요양병원, 복지관 등에 봉사를 다니고 있는데 저는 색소폰과 음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덟분의 단원은 우리나라 가요와 민요, 고전무용, 시낭송, 난타 등을 합니다. 가요 부르시는 분, 시낭송 하시는 분, 부채춤 추시는 분, 민요 부르시는 분, 난타공연 하시는 분 등과 함께 한달에 두번에서 세번 정도 봉사활동을 가지요. 유성구장애인 노래자랑대회와 육군 3사관학교 회장 이·취임식, ROTC 행사 등도 초청받아 공연했습니다. 단원들과는 서로 돕고 이해하고 힘들때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어떤 계기로 색소폰을 배우게 되셨는지요.

▲제가 어릴적에 열병을 앓은 뒤부터 왼쪽 귀에 청력 장애가 있어 그나마 소리를 잃기 전에 뭔가 해야되겠다는 생각에서 색소폰을 배우게 됐죠. 막내 딸 바깥 사돈어른이 중풍으로 쓰러져 병석에 계실때 그 분을 위로해드리려는 마음에서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찾다가 색소폰 재능기부 봉사를 하게 된거지요. 오후엔 월평동의 연습실에 가서 매일 한시간씩 색소폰 연습을 합니다. 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악기이다보니 내 감정을 잘 실을 수 있어 매력있는 악기죠.

-색소폰 연주를 다니시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실까요?

▲제가 만 64세가 되다보니 이제 좋은 일만 하고 살아도 짧은 세월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60이 넘으면 불필요한 것은 다 내려놓고 베푸는 일, 좋은 일만 하고 살아야 된다고 봅니다. 마음을 곱게 쓰고 봉사하며 살다보면 주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얼마 전 어르신들 요양시설인 실버랜드에 봉사하러 갔다가 고등학교때 동경했던 아나운서 원장님을 47년만에 만나게 돼 어찌나 반갑던지요. 저는 제 아이들이 결혼할때도 김종환 가수의 '백년의 약속'을 색소폰으로 축하 연주했습니다. 제가 즐겨 연주하는 곡은 고전가요인데 '추억의 소야곡', '하룻밤 풋사랑', '비내리는 명동거리' 등이 애창연주곡이죠. 앞으로는 재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언젠가 노인요양원에 가서 이미자씨 노래 '울어라 열풍아'를 연주하고 나오는데 맨 앞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제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다음에 꼭 또 와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요양원 어르신들이 제 모습과 가족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며 눈물을 흘리시는데 가슴이 뭉클했죠. 한달에 두세번씩 요양원에 위문공연을 가다보니 지금까지 수십여군데 요양원을 간 것 같습니다. 이런 봉사활동 공로로 유성구청장 표창패도 받고, 유성 국회의원 표창패도 받았지요. 늘봄예술단은 대전시립제2요양병원과 업무협약식을 맺고 정기적으로 가서 연주해드리고 어르신들 생신잔치를 해드립니다. 실버랜드에도 큰 행사가 있을때마다 가서 연주해드리고 후원도 해드리고 있죠. 최근엔 교촌동 유성진진잠향교에서 어르신 읓놀이행사에 참석해 공연하고, 논산벌곡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하고 왔습니다. 가슴 따뜻한 가족들이죠. 다 주고 싶은 마음인데 늘 행복만 더 많이 가져옵니다.

예전엔 악기로 단순히 소리만 냈다면 지금은 악기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색소폰은 흐느끼는 듯한 애잔한 느낌이, 어렵고 힘들었을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한(恨)'이 녹아있다고나 할까요. 색소폰 연주는 그런 뉘앙스를 풍겨주죠.

악기를 연주하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됩니다. 입으로 부는 악기는 몸이 아프면 연주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감정컨트롤이 안되죠.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됩니다. 몸과 마음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최상의 소리를 낼 수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걱정, 근심을 잊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에 처음 입문할때 '자넨 꼭해낼거야'하면서 용기를 주신 성주환 선생님과 색소폰 연주는 물론 훌륭한 음향에 도움을 주신 대한뮤직 오광현 원장님, 봉사때마다 단원 섭외에 애써주시는 새보미예술단 이미옥 단장님 모두 모두 감사한 분들입니다.

-회장님의 두 아드님이 회춘당한약방 앞 건물에서 '회춘당고로케'를 운영하고 계시네요.

▲예. 1년반 전 온천 1동 직행버스터미널 맞은편 회춘당한약방 앞 건물에서 회춘당고로케가 첫선을 보였습니다. 유성의 대표 명물을 만들어보자는 큰 꿈을 갖고 시작한거였죠. 제 아내가 음식솜씨가 좋아서 아들들을 돕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손 잡고 회춘당고로케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서 지금도 군부대, 경찰서, 국민은행콜센터, 대학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등에서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유성의 회춘당고로케를 대전에 오는 분이라면 누구나 찾으실 수 있도록 명품고로케로 만드는게 소망입니다.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땡초고로케를 비롯해 생크림, 단팥, 야채 등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의 고로케로 손님들을 맞고 있습니다. 다들 맛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신바람나게 만들고 있죠. 최고의 재료를 써서 수제로 직접 만듭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까요?

▲색소폰 연주를 좀 더 잘해서 멋진 음반을 내는게 꿈입니다. 그리고 제가 젊을때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는데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들을 엄선해 전시회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저는 주로 풍경사진을 많이 찍어왔는데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즐겨 찍습니다. 풀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방울과 닭의장풀, 물봉선, 엉겅퀴, 채송화 등 야생화 접사 사진을 즐겨 찍곤 합니다.

지나온 세월을 회고해보니 악기연주를 시작한지 11년이 됐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부활동을 많이 하셨던 아버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와 기부를 많이 하며 살고 싶습니다. 제 마음이 아름답지 못하면 세상의 아름다움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내면이 아름다워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거죠. 저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불러주시는 곳에 가서 재능기부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제 나이 65세는 봉사활동을 하기에 가장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무소유가 행복일 수 있습니다.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꿔놓고 생각하면서 배려하고 살다보면 이 세상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행복한거죠.

대담·정리=한성일 취재2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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