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삶, 욕구, 행복....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삶, 욕구, 행복....

  • 승인 2017-02-08 11:42
  • 신문게재 2017-02-09 22면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산다는 것은 욕망한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원하며 얻어내고, 소비하고 소유한다. 이것이 삶이다. 욕망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한,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먹고픈 욕구, 자고 싶은 욕구, 사랑하고픈 욕구, 돕고 싶은 욕구 등 삶을 진행시키는 활동 그 자체이다. 그래서 욕망은 삶의 근원적 에너지가 된다. 욕구들은 생리적인 욕구에서부터 심리적 욕구, 사회적, 정치적 욕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에서부터 원하고 바라는 욕망에 이르도록 우리 내부에서 계속 자맥질을 한다. 이 욕구들로 인해 삶이 에너지로 가득차기도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욕구들로 인해 고뇌로 가득차기도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욕구는 박탈감과 소외를 경험하며 불행한 삶을 살게 한다. 그래서 욕망은 삶의 행복과 불행의 양면을 갖는다.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욕망만을 꿈꿀 수는 없을까? 꿈, 비전, 욕구, 욕망, 소망 이라는 단어들은 모두 인간의 현재의 삶을 버티게 하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단어들의 이면에는 우리로 하여금 가짜를 살게 하는 힘도 갖고 있다. 주입된 욕구는 가짜 꿈, 가짜 비전, 가짜 욕구를 생산한다. 가짜 욕구에 이끌려 사는 삶은 남에게 보여주기를 위한 그럴듯한 삶을 욕망한다. 이럴 때 삶은 통째로 거짓의 나락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며 결국 불행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라캉은 ‘인간은 언제나 타자의 욕망을 욕망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욕망을 충족하려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부모의 욕망을 욕망하는 아이들의 욕망,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에서 나온 욕망들은 우리의 삶을 얽매어 자유롭지 못하게하는 가짜 욕망들이다. 라캉의 본질적 질문으로부터 빗겨갈 수도 있지만 현대인은 더욱 더 그러한 삶을 살게 하는 소비와 욕망의 사회질서 속에 순응되어져있다. 욕망하는 삶을 부추기는 사회의 체제, 관습, 유행, 문화, 온갖 미디어 매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이 속에서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열심히 살지만 자신이 참으로 욕망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자기에게 정작 필요치도 않은 물건들을 사느라 돈과 시간 에너지를 낭비하고, 세상이 보여주는 그럴듯한 삶을 추구하려 온갖 시험과 자격증과 점수들을 따내는데 인생을 투자한다.

참된 욕구는 자신의 자아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 이것은 강제된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욕구이다. 이 욕구는 만족을 가져온다. 행복은 만족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지금 욕망하는 것이 진짜 원하는 것일까? 내 인생에 어떤 의미와 재미와 가치,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가?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을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가 아니면 재미가 느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가에 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할 때 우리는 몰입하기도하며 재미를 느껴 더 창조적인 일들로 확대해 나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삶이 충만해진다. 그러나 강요된 욕망이나 욕심에서 오는 욕망들은 나의 삶을 소진시키고 가짜 자아만 만들어내 아무리 원하는 것을 얻었다해도 만족이 없고 또 다른 욕망을 키우게된다. 가짜 욕망이 내 삶을 송두리째 끌고다니며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 버리게된다.

한번 주어진 우리의 삶은 행복해야한다. 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온 갖 메시지들에 노출된 자신을 닫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쓸데없는 욕망들을 비워내고 진정한 자아을 마주할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 쿄토의 료안지 입구에 입을 축이거나 손을 적시도록 츠쿠바이라는 엽전 모양의 수로반이 있다. 이 수로반의 글 귀가 생각난다. 바로 오유지족(吾唯知足-나는 오직 분수를 지켜 만족하는 것을 안다)이라는 글귀이다. 더위에 물을 떠 먹으려다 이 네 글자가 마음으로 쑥 들어왔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알라! 곧이어 신약성경의 바울의 말씀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나를 본받으십시오... 나는 어떤 형편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배가 부르건 고프건 부유하게 살건 가난하게 살건 그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만족하게 생각하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자족할 줄 아는 삶은 상황과 환경에 얽매이지 않는 삶입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지닌 삶입니다. 이러한 삶이 부요한 삶이요 행복한 삶인 것이다. 주입된 욕망을 걸러내고, 가짜 욕망를 분별하며 욕망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참된 욕망을 찾아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