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곳간 열쇠’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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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곳간 열쇠’를 받자

  • 승인 2017-02-22 11:06
  • 신문게재 2017-02-23 22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옛날 우리나라에는 집집마다 곳간이 있었다. 곳간은 집안의 온 식구가 겨울 동안 먹을 곡식과 가을걷이한 각종 식재료들, 그리고 다음 해 봄 땅에 뿌릴 씨앗을 보관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그 집안의 살림 형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곳간은 외부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문 앞에 커다란 자물쇠를 달아 곡물과 종자를 보호했다.

이같이 중요한 곳간의 열쇠 꾸러미를 관리하는 사람은 안방의 시어머니였다. 남존여비의 풍습이 절절이 밴 사회에서도 곳간의 열쇠를 가부장인 남편이 관리하지 않고 그 아내가 관리하게 한 것은 한 가정의 관리와 보존, 유지 기능은 전통적으로 남자보다는 안방마님으로 통칭되는 여자가 더 안정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안마다 때가 되면 며느리에게 ‘안방 물림’과 함께 ‘곳간 물림’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안에 며느리는 많았다. 잘나고 똑똑한 며느리, 살림을 잘하는 야무진 며느리, 아부를 잘하는 이쁜 며느리, 목소리 큰 며느리, 고분고분한 며느리 등 모두 성질과 특성도 다르다. 그러면 과연 누구에게 곳간 열쇠를 맡겨야 할 것인가? 물론 대부분은 큰며느리에게 맡겨졌지만 그래도 시어머니의 마음에는 큰며느리는 마뜩치 않고 달리 끌리는 며느리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곳간 물림’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며느리에게 혹은 어느 자식에게 이 ‘곳간 열쇠’를 물려주어야 곳간이 항상 그득하고 집안이 계속 번창해 나갈 것인가? 이는 물려주는 입장에서는 항상 생각하기 마련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어느 자리에 있든 주인이나 상사가 ‘곳간 열쇠’를 물려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창시절에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나 직장에서 상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바로 정직에서 나온다. 거짓말하는 자식을 신뢰할 부모는 없으며, 불성실한 학생을 믿을 교수도 없다.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는 친구를 신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직’은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대학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정직’을 생활화하기 위한 ‘명예코드’를 학생들에게 지켜나가도록 하고 있다. ‘명예코드 백서’라는 작은 책자도 만들어 한 권씩 나누어주고 늘 지니고 다니며 읽어보고 생각하게 하고 있다. 명예코드의 핵심은 ‘정직’ ‘도전’ ‘자신감’이다. 정직한 노력으로 승부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감 있는 용모와 언행으로 남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행동강령인 ‘정직’은 ‘명예시험’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명예시험은 남의 지식이나 희생을 부당하게 취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무감독 시험으로, 부분적으로 한 학기를 시행해본 결과 그 가능성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해 볼 생각이다. 음주, 흡연, 오락, 게임 등에 과도하게 탐닉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령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자신감 넘치는 용모를 갖추고, 수업시간에는 자신감 있게 발표하고 토론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명예코드는 대학생활 4년 동안 스스로 지켜야 할 일종의 정신혁명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명예코드운동이 선언으로만 되지는 않는다. 그에 맞춘 학교 전체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명예강좌를 실시해야 한다. 즉, 강의시간 지키기, 학생들에게 성적의 공정성 투명성 부여, 커닝을 방지할 수 있는 시험문제 출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원들도 학생들에게 학생 위주의 행정, 최대한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이같은 정신혁명의 선제조건으로 학생들의 동기유발은 필수적이다. 성적에 맞춰 지원하다 보니 대학에 입학은 했으나 전공에 대한 지식도 없고 미래에 대한 목표도 세우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 이런 상태로는 대학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 10년째 시행해오고 있는 것이 ‘동기유발학기’이다. 한 주 먼저 입학식을 하고 3주 동안 미래직장 방문, 전공몰입교육, 리더십교육 등을 통하여 대학생활의 의미와 학교생활의 의욕을 북돋아주는 특별 학기이다. 이러한 동기유발학기의 효과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바 있다.

올해는 신입생들이 입학선서를 하면서 명예코드 선서도 함께 하도록 했다. 동기유발학기 입교식에서는 ‘명예코드’ 정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명예코드 백서 속에 있는 서약서에 스스로 서명하도록 하였다. 앞으로 모든 학생들이 자신과의 서약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갈 것이며, 4년 후 멋진 ‘곳간 열쇠’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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