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칼럼]우연처럼 찾아오는 역사적 사건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 칼럼]우연처럼 찾아오는 역사적 사건

  • 승인 2017-03-08 09:31
  • 신문게재 2017-03-09 22면
  •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때때로 복합적 이유들이 얼키고 설켜서 중요한 사건으로 터지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아마도 독일 장벽 붕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일 것이다. 서독과 동독을 차단했던 장벽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무너지는 사건을 세계가 함께 경험했다. 지금도 그 이야기만하면 놀랍고 신가하고 흥분되며 분단국가인 우리들은 참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단 순간에 일이 벌어진듯하지만 이미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은 수 많은 필연의 요소들과 숙성의 시간들을 거쳐서 화산 폭발하듯 한 표면을 뚫고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든 것이다. 장벽이 허물어질 수 있도록 가능한 토양이 만들어지는데는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비오는 날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한 장의 사진이다. 그가 전쟁 후 25년 만에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나찌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 위령탑에서 그는 무릍을 꿇었고 오랜 증오와 원한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다. 한 정치가의 진정어린 모습은 역사의 방향을 돌려놓는다. 그의 정치적 방향은 일관성이 있었다. 동서독 간에 대화를 시도하면서 동독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며 “화해를 통한 변화를 추구하는” 동방정책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유연한 정책은 얼어붙은 냉전의 관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동독과 서독의 관계가 정상화됨으로써 상호 간에 국민의 교류가 증가했다. 동독에서 서독으로 또한 서독으로부터 동독으로의 각각 수백만 명 규모의 국민이 방문했고, 경계를 넘는 전화의 통화 회수도 급증했다. 동독의 국민은 대부분 가정에서 서독의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한다.

통일독일의 시작은 1989년 5월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동독에 위치한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의 월요기도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월요일마다 교회에 나와 평화예배를 갖고 9월 4일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요구하는 평화시위를 시작하였다. 동독정부가 이 날 시위대를 강경진압하여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 후 시위대는 대규모로 확산되어졌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독일정부는 시위 진압에 실패하고 호네커 당서기장이 사임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위대의 핵심요구 사항이 관철되어 11월 9일 서독으로 상시적인 자유 여행을 보장하는 여행 관계법이 통과되었다.

같은 날 동독의 샤보브스키 정치국원이 참석한 생방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탈리아 기자가 이 새로운 여행법이 언제 유효하냐고 질문을 하자 새 정책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채 기자회견에 나섰던 샤보스키는 “지금 당장 유효하다”고 답변을 하였다. 이 기자회견이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이 소식을 들은 동독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유를 찾아 베를린 장벽으로 물밀 듯 몰려갔고 검문소를 향해 문을 열라고 외쳤다. 자정 직전에 검문소 문이 열렸고, 흥분한 시민들은 장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 후 2주 동안 30만의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넘어갔다고한다. 1년이 지난 후 1990년 10월 3일 드디어 독일은 공식적으로 통일을 선포하였다. 샤보브스키의 지금 당장 유효하다는 실언이 이 일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었다. 다시 주어 담을 새도 없이 엄청난 시민을 장벽으로 쏟아져 나아가게하고 멈추게 할 새도 없이 장벽이 무너?다. 본인이야 얼마나 황당하고 동독정부 또한 길길이 뛸 일이지만 새로운 시대는 그렇게 불쑥 찾아왔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상황도 그러하다. 사건이 발생하는 데에는 이미 그 사건을 일으킬만한 일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어 서로 얽혀 있다가 사실 가장 약한 표면 층이 찢어지며 내용물을 쏟아놓는다. 그 약한 표면이 찢어지게하는 그 일은 때로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일 경우들이 많다. 그것이 인생이다. 당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억울하고 땅을 칠 만큼 후회가 되지만 사실 터질 기운은 이미 내면에서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한 사건이나 우리의 행동들은 많은 복합적 이유들이 합쳐서 만들어진다. 어느 때는 가장 최선의 모습으로 드러내기도하고 어떤 때는 파괴적인 모습으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양자 모두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결과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 앞에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할 것이다.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