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유감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유감

  • 승인 2017-03-15 10:33
  • 최갑종 백석대 총장최갑종 백석대 총장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가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와 함께 서양 미술사에 있어서 최대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의 대표적인 그림 ‘돌아온 탕자’가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성서 누가복음 15장에 있는 예수의 탕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다. 예수의 이야기의 본래 두막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작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후반부는 큰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날 작은 아들이 아버지께 찾아가서 자신에게 물러줄 유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하였다. 당시의 관례에 따르면 자식들은 아버지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유산을 물러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작은 아들에게 유산을 물러주었다. 작은 아들은 유산을 물러 받자마자 이를 현금화하여 아버지와 형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먼 이웃나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물러 받은 모든 재산을 탕진하였다.

재산을 탕진한 다음 둘째 아들은 먹을 것이 없어 결국 돼지치기로까지 전락되었다. 하지만 돼지가 먹는 야생콩 조차 먹을 수 없는 최악의 비참한 자리에 떨어졌다. 비로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버지께 찾아가 용서를 빌기로 하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는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종으로라도 받아주기를 기대하면서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는 작은 아들의 허물을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으로 감싸 않으면서 그를 아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기쁨의 잔치를 베풀었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이렇다. 큰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하루 종일 농장을 돌보다가 저녁때가 되어 종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오다가 그는 종들로부터 자기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집으로 돌아온 동생을 위해 살찐 소를 잡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순간 큰 아들은 크게 분노하면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동생을 동생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재산을 탕진한 동생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그의 귀환을 위해 잔치를 배설한 아버지의 처사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침내 아버지가 직접 집 밖으로 나와서 큰 아들을 설득하려고 하였다. 큰 아들은 큰 소리로 아버지께 항의하였다. 그때 아버지는 큰 아들을 향해,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가진 모든 것이 결국 너의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네 동생은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산 자처럼, 잃었다가 다시 찾은 자처럼 집으로 돌아왔으니 네가 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니?”라고 계속 설득하였다. 전반부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종결되었지만, 후반부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큰 아들의 답변을 기다리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수는 청중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예수가 한 이야기의 강조점은 이미 결말이 난 전반부보다도 미완성으로 남은 후반부에 있다. 전반부는 신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을 떠난 인간은 비참한 자리에 떨어지지만, 언제든지 신에게 돌아오면 신은 항상 인간을 용서하고 따뜻하게 영접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후반부는 인간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은 인간을 한 없이 사랑하고 용서하려하지만 인간은 서로 용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신은 사람들이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것을 계속 요구하면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수의 이야기의 강조점은 전반부보다도 미완성인 후반부에 있다. 그렇지만 렘브란트는 전반부에 초점을 두고 그림을 그렸다. 왜 그랬을까? 두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렘브란트가 전반부의 작은 아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당시 렘브란트는 생애 말년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파산선고를 받아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그림은 자화상이다. 또 하나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살았던 17세기는 계몽주의 시대였고,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보다도 신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었다. 내가 어떻게 형제자매들과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는가하는 문제보다도, 내가 어떻게 신으로부터 용서 받고 신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런데 진작 예수의 이야기는 신과 우리와의 관계 못지않게 너와 내 사이의 올바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후반부의 이야기를 미완성으로 둠으로써 신은 자신과의 관계보다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렘브란트뿐만 아니라 오늘의 사람들, 특별히 크리스천들까지도 너와 나의 관계를 등한시하고 신과 나의 관계만 좋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최갑종(백석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2. 서산 지곡면에 '문화예술 새 거점' 들어선다, 내포-서산 창작예술촌 건립 속도
  3. 천안시, 원성커뮤니티센터 건축설계 최종보고회 개최
  4. 장기수 천안시장, 복지현장서 폭염 대비 안전점검
  5. 천안시, 민선 9기 출범 맞춰 안전·보건경영방침 개정
  1. 與 당권주자, 지역 현안 실종된 순회경선에 비판 고조
  2. 남서울대, 롯데마트 성정점서 탄소중립 조형물 전시회 성료
  3.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색 청렴 캠페인 전개
  4. 천안시, 'K-컬처박람회' 앞두고 선제적 방역소독 총력
  5. 천안문화재단, 하반기 삼거리·서북갤러리 전시 개최

헤드라인 뉴스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연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불볕더위에 대전에서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정동 쪽방 주민들은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역세권 정비를 위한 이곳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이 지난해 9월 2년 반 만에 기본조사가 재개돼 기대감을 모았으나 최근 완공 시점이 2032년으로 변경된 데다 여전히 토지건물주 이견에 벽을 넘지 못해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4·20·21·23일 자, 7월 9·10일 자, 8월 6일 자 1면 보도 등>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연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대전 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 악화'로 터미널 폐업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자체의 조속한 폐업 결정과 교통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단 하나 남아있던 금남고속마저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유성복합터미널로 기점 변경을 신청, 충남도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폐업을 늦추는 것보단, 조속한 이동권 확보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운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남고속은 충남도에 기점 변경을 신청했다. 금남고속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공사로 서남부터미널 진입..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발표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