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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권 목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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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인에 따르면, 그가 만난 어떤 중국인들에게서도 적대적인 대우를 당한 적 없다고 했다. 그들은 사드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나라 대통령의 탄핵과정을 뉴스로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특히 우리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부럽다는 말과 그 혼란 속에서도 나라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부러워하더라 했다. 그 말이 사실이긴 해도, 그것은 필시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스캔들에 관한 창피한 뉴스가 외국의 언론에 연일 톱뉴스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느꼈을 우리의 처참했던 처지를 위로하려 한 말이리라.
인터넷을 통해 사드보복 같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를 볼 때면 필자는 으레 그 댓글도 함께 보곤 하는데, 거기엔 그야말로 ‘피 끓는 청춘들’로 가득하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가 사드만이 아니라 핵무장도 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우리도 똑 같은 보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 별 것 아닌 일로 치고 받으며 싸우다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일부 다혈질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탄핵을 처음 외치며 촛불을 들었을 때처럼, 이런 문제에도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한다면 설사 우리에게 보복을 하려 했던 나라들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라 간의 반감도 알고 보면 그 진위가 분명치 않은, 주워들은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다녀갔지만, 아직 한 번도 우리나라에 안 와본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우리대학에 유학 온 어느 학생에 따르면, 자기 고향의 일부 노인들은 한국을 중국보다 훨씬 못 사는 북한과 혼동해서, 뭘 배울 게 있다고 그런 나라로 유학을 갔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각 대학들이 중국의 대학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지만, 그것은 바다와 접하고 있는 일부 지역일 뿐,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 까지 한국의 어느 대학도 방문한 적이 없는 곳이 부지기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하여 함께 식사하며 우리와 몇 마디라도 말을 나눠 본 중국인들은 처음 만났으면서도 마치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것처럼 다정다감하기가 이를 데 없다. 무턱대고 욕하기 전에 서로를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드보복 운운 하는 기사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 지인이 만났던 중국인들도 한국에서 온 손님을 정성껏 대접했으리라. 그들은 으레 손님이 삼분의 일도 다 못 먹을 만큼의 음식을 상에 올린다. 그뿐이던가? 술을 마실 때도 절대로 혼자 마시지 않고 언제나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며 덕담을 겻들인 건배사를 하며 함께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평소와는 달리, 한 갑의 가격이 우리나라 담배 값의 두 배가 넘는 최고급 담배를 가져와서는 그것을 꼭 두 개씩 뽑아들고 다가와 함께 피우기를 청한다. 이 때문에 우리대학의 국제교류과 직원들은 중국에 한번 다녀올 때마다 수척해져서 오기도 한다. 평생을 술 담배와는 철천지원수처럼 지낸 필자지만, 중국인들의 그 따뜻한 마음만은 아주 귀하게 접수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말에 휘둘려 서로 욕하고 폄훼하고 싸우려 들기 전에 그 나라의 고전이라도 한 번 읽어 보고 그들의 마음 저변에 무엇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국제교류의 순서 아닐까?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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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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